이달말 본입찰…후보 5곳중 4곳이 외국계
인수업체 맘먹으면 국내가전 판도 흔들수도
인수업체 맘먹으면 국내가전 판도 흔들수도
‘가전 업계에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것인가?’ 국내 가전시장의 초대형 매물로 나온 대우일렉(옛 대우전자)에 대한 본입찰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누가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전업계 3위인 대우일렉의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인수 업체가 공격적인 투자로 영향력을 키운다면 삼성·엘지전자로 굳어져온 안방시장의 양강 구도에 균열이 갈 가능성도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우리은행 등 대우일렉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9월 또는 늦어도 10월까지는 매각 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우그룹 사태로 1999년 분리된 대우일렉은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졸업 뒤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겼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반완호 기업개선부장은 워크아웃 도중에 대우일렉을 매물로 내놓은 것에 대해 “올 연말 채무상환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는 데다 기업가치를 고려할 때 적정한 매각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누가 대우일렉을 거머쥐느냐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국외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4월 대우일렉 채권단이 매각 공고를 냈을 때 인수 의사를 내비친 업체는 모두 22곳이었지만, 예비입찰을 거쳐 인수 적격업체는 5개사로 압축됐다. 하지만 국내 벤처 투자사인 케이티비(KTB) 네트워크를 제외하면 4개 참여업체는 모두 외국계다. 외국 업체 가운데서도 한 군데만 제조회사이고 나머지 3개 회사는 재무적 투자에 관심이 많은 펀드회사로 알려졌다. 외국 제조사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인도 비디오콘과 중국 티시엘(TCL), 터키 베스텔, 미국 월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던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월풀은 특히 대우일렉의 디지털 영상가전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는 데다 국내외 판매망과 서비스 조직 등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과거 3강 구도와 달리 대우가 뒤처져 있어 국내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현재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엠대우처럼 생산기지로서 역할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비중이 80%를 차지하는 대우일렉의 몸값은 아직 안갯속이다. 매각 가격을 산정하는 데 있어 세계 시장에서의 선전이 호재라면 1조2천억원에 이르는 부채와 실적 악화는 악재다. 대우일렉은 지난해 폴란드 텔레비전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서는가 하면 베트남 냉장고 시장에서는 3년 연속 선두를 달리는 등 옛 대우전자 시절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년간은 반도체와 방위산업 등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고, 1만명에 이르던 직원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 2조1600억원에 영업손실을 748억원이나 냈다. 대우일렉은 환율하락 등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예상 매각 가격은 5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크게 출렁인다. 채권단은 헐값 매각 시비가 신경 쓰이는 눈치다. 채권단 관계자는 “고용을 보장하지 않거나 단기 차익 또는 정보 유출을 노리는 투자업체는 심사 과정에서 골라내 제외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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