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교체로 삼성쪽 긴장
검찰 소환·국정감사 앞둔채
내달 미국행 ‘도피성’ 논란
검찰 소환·국정감사 앞둔채
내달 미국행 ‘도피성’ 논란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다음달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에버랜드 사건 재판은 또 연기됐다.
삼성 관계자는 24일 “이 회장이 다음달 19일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 상’ 시상식에 수상자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밴플리트 상은 한국과 미국의 상호이해와 협력증진에 기여한 인사에게 주는 상으로 매년 수상자를 뽑아 시상한다. 그는 “출국 일정은 여러 사안을 고려해 정하겠지만 대략 다음달 중순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1년 전인 지난해 9월 신병 치료를 이유로 출국해 ‘도피성 외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는 불법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담은 이른바 ‘엑스파일’ 수사가 한창이던 때였고, 국회의 일부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회장 소환을 벼르고 있던 터였다. 이번 출국은 5개월 동안의 국외 장기체류 끝에 지난 2월4일 귀국한 지 7개월 만이다. 그러나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 데다 9~10월 국정감사까지 맞물려 있어 또 한번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높다.
앞서 지난 23일 대법원은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이상훈 서울고법 형사5부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발령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재판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24일 열릴 예정인 속행 공판을 다음달 21일로 연기했다.
에버랜드 사건 재판은 재판장만 1, 2심을 합쳐 3번 바뀌는 등 많은 곡절을 겪어왔다. 이번 재판장 교체만 보면 희비는 엇갈린다. 검찰은 반기는 기색이고, 삼성은 긴장하는 눈치다. 이 부장판사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 사건의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1심 판결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며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 검찰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기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24일 결심이 이뤄졌다면 삼성쪽은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재판장 교체와 재판 일정 지연에 따라 검찰은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됐고, 삼성의 속앓이는 더 길어지게 됐다.
홍대선 황상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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