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면
산모 평균 연령 30.2살…합계출산율 1.08명으로
#1. 외식업체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주아무개(32·여)씨의 부서엔 여성 직원이 모두 6명이다. 3명이 결혼했지만 아이가 있는 사람은 주씨 한 사람 뿐이다. 결혼 2년6개월째인 지난해 7월, 서른 한 살이 되어서야 아이를 낳은 주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직장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낮동안 아이를 봐주는 아주머니에게 한 달에 주는 돈이 80만원, 분유, 기저귀값에 들어가는 돈까지 합치면 월급에서 남는 게 별로 없다. 밤새 아이를 돌보고 정신없이 출근하면 회사일에 집중도 안 된다. 주씨는 “결혼을 하더라도 회사생활을 더 하려면 아이 낳는 걸 미룰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 서울 노원구에서 어린이집을 11년째 운영하는 송아무개(55)씨는 “아이를 맡기는 엄마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3~4살반 아이는 8명인데, 엄마가 20대인 사람은 1명(29살) 뿐이고 만 31살(75년생)이 2명, 32살 1명, 33살 3명, 35살이 1명이다. 송씨는 “10년 전만해도 1~3살 터울의 형제나 자매가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고객’을 맞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05년 출생·사망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여성 1명이 15~49살의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합계출산율)는 1.0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의 1.16명보다 0.08명 감소한 것으로, 사상 최저치다. 부부 1쌍이 아이 1.08명밖에 갖지 않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미국(2.05명), 영국(1.74명), 프랑스(1.90명), 독일(1.37명)은 물론 일본의 1.25명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인구 자연증가도 처음으로 2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43만8062명으로 전년보다 3만7990명이 줄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 사망자 수는 24만5511명으로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인구 자연증가가 19만2600명에 그쳤다.
늦은 결혼과 출산이 일반화 되면서, 30대 산모의 수도 사상 처음으로 20대 산모 수를 넘어섰다. 산모의 연령별 구성을 보면, 30대 초반(30~34살)의 비중은 40.9%로 전년보다 1.4%포인트 높아졌는데, 이는 40.2%에 그친 20대 후반(25~29살)의 비중보다 많은 수치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도 30.2살로 전년보다 0.1살 높아졌고, 첫 아이를 낳는 산모의 평균 연령도 29.1살로 10년 전보다 2.6살 많아졌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