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달러 제시한 비디오콘 우선협상자 선정
국내 3위 가전업체인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가 인도 기업에 매각된다.
우리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대우일렉 채권단은 8일 대우일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인도의 비디오콘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리플우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정밀실사를 거쳐 연말까지 본계약을 맺고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비디오콘 컨소시엄은 대우일렉 인수가격으로 7억달러 정도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계 펀드가 최고가인 8억달러를 제시했으나 인도 조건, 발전 가능성 등 비가격 요소에서 비디어콘 쪽이 점수를 더 받았다.
인도 최대 가전업체인 비디오콘은 프랑스 톰슨의 브라운관(CRT) 텔레비전 부문을 인수하고 미국 폴라로이드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최근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기업이다. 비디오콘은 대우일렉을 인수한 뒤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미주로 영향력을 넓혀 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그룹 사태로 1999년 떨어져나온 대우일렉은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지만 엘시디와 피디피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부문에서 수십년간 쌓은 생산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외에서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특히 ‘세계경영’을 통해 구축한 해외영업망이 탄탄해 매물로 나온 뒤로 해외 판로와 서비스망 확보에 골몰해온 외국 가전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대우일렉이 거둔 2조1600억원 매출 가운데 80%는 수출 실적이다. 세계 시장에서 선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적악화와 1조2천억원에 이르는 부채는 골칫거리다.
일부에서는 중국 상하이차에 넘어간 쌍용자동차, 비오이그룹에 팔린 엘시디 업체 비오이하이디스처럼 기술유출 논란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가전업계는 비디오콘이 대우일렉을 인수하더라도 시장에 끼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내 시장이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양강 구도로 굳어졌고, 대우일렉의 위상도 지엠대우처럼 수출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이 더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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