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국제조세 회피에 강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마크 에버슨 미국 국세청장(사진 왼쪽)이 12일 전군표 국세청장(오른쪽)을 만나 한 얘기다. 오는 13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 회의 참석에 앞서 전 청장과 양자 회의를 연 것이다. 전 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에 점차 외국계 기업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국제조세 회피 등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졌다”고 운을 뗐다. 이에 대해 에버슨 청장은 “중요한 회의라 30개가 넘는 나라가 참여했는데, 전세계 조세행정 발전을 위해 이번 회의를 여는 한국의 리더십에 감사한다”면서 “나도 국제조세 회피에 강한 입장(Strong position)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에버슨 청장의 언급은 짧기는 하지만, 국세청은 이번 회의가 국제적인 조세피난처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의미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세청 이승재 국제조세관리관은 “미국 역시 자국기업들이 조세피난처로 이동해 벌어들인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기 때문에 과세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최근엔 조세회피지역을 통한 조세회피 방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39개국 국세청장들이 참석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 회의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 국가로서는 우리나라가 처음 개최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조세조약을 악용한 탈세 방지와 관려해 국제적인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게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전 청장은 이날 미국, 캐나다의 국세청장과의 양자회담을 연데 이어, 13일부터는 중국, 일본의 국세청장과 양자회담을 열어 양국간 현안을 논의하고 우리나라 현지진출 기업의 세금 관련 애로점을 조율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과 일본 등 40여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을 비록해 중국과 인도 등 9개 비원회국이 참여했는데, 국제적인 조세피난처로 논란을 빚고 있는 라부안을 관장하는 말레이시아 국세청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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