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기업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일부나마 개선되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수준은 아직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에 의뢰해 상장기업 662곳의 내·외부 견제시스템을 평가했더니, 제도 도입 여부를 보여주는 제도수준 지표를 제외하고는 기업의 내·외부 견제시스템에 대한 평가지표 점수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40점대 초반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정하고 달성 정도를 점검해온 공정위는 3년 뒤인 올해 기업의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하고 기업별 자율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조사 대상 기업들의 내부견제시스템 종합 점수는 41점으로, 올해 공정위의 목표치인 60점에도 한참 못미쳤다. 내부견제시스템 종합지표는 조사 첫 해인 2003년 38점에서 2004년 39점, 2005년 40점으로 해마다 개선되고 있지만 전반적 수준은 아직 낮았다. 내부견제시스템을 평가하는 항목은 주주의 권리, 이사회 구성 및 운영, 투명성 등 4가지다. 특히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각각 6%, 14%에 그쳐, 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길은 아직 먼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의 투명성 제도와 집행, 책임성을 평가한 외부견제시스템의 경우 제도수준은 평균 92점으로 공정위 목표치인 90점보다 높았다. 공정위는 외부감사인 교체 의무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등에 힘입어 제도수준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부견제시스템의 실제 이행 여부를 말해주는 작동수준은 공정위 목표치인 60점보다 한참 아래인 41점에 그쳤다. 이는 조사 첫해인 2003년(45점) 보다 오히려 뒷걸음한 것이다. 기업 규모로 보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기업들(47점)이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들(36점)보다 내부견제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기업집단별로는 큰 차이가 났다. 내부견제시스템 종합 점수가 80점 이상인 기업집단이 3곳에 불과한 반면, 40점을 밑돈 기업집단이 12곳이나 됐다. 특히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44점)이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75점)보다 내부 견제가 허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경제전문가 1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외부 감사인을 최고경영자나 지배주주가 선정한다’는 답변(67%)은 2003년 조사(50%) 때 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또 ‘이사·지배주주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고 배상도 받기 힘들다’(81%)거나 ‘의결권 대리행사를 통한 주주의견 반영이 거의 유명무실하다’(54%)는 답변도 3년 전보다 높았다.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일부 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부견제시스템의 전반적 수준이 떨어지고 외부 견제시스템의 작동수준은 아직 미흡하다”며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내·외부 견제시스템의 개선 정도를 고려할 때 출총제를 포함한 정부의 직접 규율방식을 재검토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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