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독과점 폭리 규명 별러
“빼달라” 전방위 압력에 몸살
“빼달라” 전방위 압력에 몸살
국회 국정감사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유·유통·이동통신사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번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에 의해 증인으로 무더기 신청됐기 때문이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유4사·유통3사·이동통신3사 사장들이 다음달 11일 시작되는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잘나가기로 소문난 이들 업종 회사들은 일반 국민을 소비자로 삼고 있으며 독과점 시비를 일으키고 있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야 의원들의 증인신청 사유도 주로 가격 담합, 독과점을 통한 폭리, 하도급 납품업체 횡포 등에 맞춰져 있다.
신헌철 에스케이 사장, 명영식 지에스칼텍스 사장, 투바이엡 에쓰오일 대표,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 등 정유4사 사장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국내 정유사들의 ‘기름값 폭리’ 의혹을 파헤칠 참이다. 진 의원은 “국내 정유사들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수조원대의 폭리를 취했다”며 “정유사들이 실제판매가격을 고시하지 않는 이유와 마진 구조를 따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유회사들은 “이익 증가는 국내 기름값을 높게 책정해서가 아니라 국외 자원개발과 수출에서 벌어들인 것인데 마치 폭리를 취한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정유업계는 “의혹만으로 무분별하게 증언대에 불러세우는 것은 지나치다”는 방어 논리를 펴지만 잘 먹혀들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국감을 계기로 기름값 거품 논란과 가격 부풀리기 의혹이 다시 불붙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늘어가고 있다.
대형마트와 이동통신 사장들도 줄줄이 국감 증언대에 오를 처지에 놓여 있다.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감 증인으로 유통3사와 이통3사 사장들을 대거 신청했다. 이통사 사장들에게는 불합리한 요금체계 문제를, 유통사 사장들에게는 납품업체들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를 따질 계획이다. 김 의원실의 김재준 보좌관은 “최근 들어 모두 흑자를 낸 이통3사는 요금인하 문제를, 갈수록 독점력이 강해지고 있는 유통사는 납품업체와의 거래 관행을 점검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마트·삼성테스코·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독과점이 강화되면서 중소 자영업자들과 납품 제조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어 집중적인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에 대한 국감은 다음달 16~17일 이틀 동안 예정돼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나 과학기술위가 아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증언대에 세우려는 것은 공정위가 소관인 정무위에서 불공정 거래행위와 우월적 지위 남용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따지려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증인 채택을 저지하려는 로비도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실은 “자신들의 시이오를 증인 명단에서 빼달라는 전방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법사위·정무위 등에서 이건희 삼성, 정몽구 현대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주요 재벌 총수들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채택 여부는 미지수다. 이 회장의 경우 한나라당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고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소극적이어서 무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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