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도 전자·철강·유화 이익 늘어
환율 불안에 ‘북핵’ 변수 4분기 전망 ‘글쎄’
환율 불안에 ‘북핵’ 변수 4분기 전망 ‘글쎄’
거듭되는 대외 악재 속에도 기업들의 3분기 경영실적이 대체로 전분기에 견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주요 대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보면,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올 2분기에 이익이 크게 줄어든 전자·철강·석유화학 업체들의 선전이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 2분기에 1조4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는 3분기에 1조8500억원으로 이익을 30%나 늘렸다. 이는 반도체와 엘시디(LCD), 휴대전화 등의 영업 호조에 힘입은 것으로, 애초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경영실적이다.
같은 기간 엘지전자도 초콜릿폰 등 주력 제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분기보다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 포스코는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2분기 연속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 2분기에 공급 과잉에다가 고유가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던 엘지화학을 비롯해 지에스건설도 1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 수주를 예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들도 원자재값 안정 등으로 3분기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부터 급격한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가격경쟁 격화라는 ‘삼각 파고’에 휘청거렸던 수출 기업들은 비교적 선방한 실적이 나오자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는 “환율과 유가 변동 뿐 아니라 북핵 변수가 놓여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계절적 성수기에 들어가는 4분기에도 주요 사업부문에서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최근의 실적 개선 흐름을 지난해와 견줬을 때는 그렇게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년만에 최저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 2분기에 비해 3분기 경영실적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0% 넘게 줄어든 실적이다. 엘지전자는 지난해 3분기 보다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감소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기업들이 외형을 키우는 것과 달리 이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과 제품가격 하락으로 이익분을 까먹은 데다 유가 급등으로 원료값이 오르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업종이나 기업별로 크게 엇갈렸다. 패널 공급과잉과 판매가격 하락으로 3분기에 3820억원의 영업적자로 최악의 성적을 낸 엘지필립스엘시디는 4분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3분기에 파업을 시달린 자동차 업체들은 ‘ 북핵’ 문제가 장기화하고 소비심리가 더 위축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예측하기 힘든 경영 환경과 불확실성으로 4분기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환율과 국제유가 불안에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북핵 변수가 예견됐던 일이고 리스크에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4분기 전망을 밝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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