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된 저축의 날…“기업투자 적어 개인저축 힘든 탓”
‘저축의 날’이 갈수록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3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3회 저축의 날 행사에선 4개 학교(단체)를 포함해 모두 100명이 저축유공자로 상을 받았다. 저축유공자 수상자는 2000년 426명에서 해마다 줄어들어 올해엔 겨우 100명을 채웠다.
저축의 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자리를 빛(?)냈는데, 올해 행사엔 정부를 대표해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참석해 시상을 했다. 그동안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였던 행사장의 ‘격’도 올해는 은행회관 국제회의실로 내려앉았다. 이를 두고 우리 경제에서 저축과 소비가 차지하는 의미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년 간의 내수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소비 확대가 강조되면서 ‘저축이 미덕’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축의 날이 씁쓸함을 안겨주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국민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총저축률은 대략 30%대. 하지만 이 가운데 개인(가계)들의 저축 규모를 나타내는 개인 순저축률은 90년대 초반 20%대에서 지난해엔 3.9%까지 떨어졌다. 반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비하는 비중은 계속 55%선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들이 소비를 늘리느라 저축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사실상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저축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며 “기업이 막대한 현금을 내부에 쌓아둔 채 정작 투자는 늘리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윤이 투자라는 우회로를 돌아 결국 개인 소득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개인들이 저축할 여력이 갈수록 줄어들어 저축률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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