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정책 개편 방안 관련 입장 비교
공정위, 자산 2조이상 기업 국한…대신 순환출자 금지
재계 “두 규제 모두 안된다” 시민단체 “둘다 규제를”
재계 “두 규제 모두 안된다” 시민단체 “둘다 규제를”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제가 투자를 어렵게 한다는 재계 주장을 받아들여 출총제 적용기준을 대폭 완화해 적용대상 기업수를 현재의 10분의 1 이하로 줄일 방침이다. 대신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재벌의 출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은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재벌시책 개편안을 이르면 이번주 중 관계장관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하지만 전경련 등 재계는 출총제의 무조건 폐지와 순환출자 금지 반대 주장을 고집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출총제 폐지 반대와 순환출자 금지를 강하게 요구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출총제 완화와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공정위가 검토 중인 출총제 완화 방안으로는 적용대상을 자산 2조 이상의 중핵기업들로 줄인다는 게 유력하다. 현행 출총제는 자산 6조 이상 재벌 소속 계열사의 경우 순자산의 25%를 넘어 다른 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올 4월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 지에스, 한화,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14개 재벌 소속 463개 계열사가 출총제 적용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자산 2조 이상인 중핵기업은 36개로 7.8%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의 그룹 내 출자 비중은 8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공정위는 규제 대상은 줄이되 규제의 실효성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는 새 규제가 아니라 현행 공정거래법 상 규정된 ‘상호출자 금지’의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는 차원으로 설명한다. 출총제 존폐문제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공정위 간부는 “상호출자 금지는 가공자본을 통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장치인데 그동안 이를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환상형 순환출자가 크게 늘면서 유명무실해졌다”면서 “국내법 상 상법과 증권거래법도 상호출자를 규제하고 있고,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도 상호출자는 법으로 금지하거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상형 순환출자는 재벌 계열사 간에 A사는 B사에, B사는 C사에, C사는 다시 A사에 출자하는 고리형태의 소유지배구조이다. 이는 재벌 총수일가가 5%의 지분만으로 계열사 지분 44%를 지렛대로 해서 재벌 전체를 지배하는 수단이 돼왔다. 예를 들어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 순서로 순환출자가 형성돼있다. 공정위는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새로 발생하는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반된 반응= 전경련은 공정위 개편안에 반대하며 출총제의 무조건 폐지 주장을 재확인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출총제 적용대상을 중핵기업으로 국한하면 적용기업 수가 대폭 줄지만, 중핵기업들이 그룹 내 출자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투자를 가로막은 폐해는 개선되지 않는다”면서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방안도 기존 출자분은 인정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새로 계열사간 출자를 하려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며 반대했다. 재계 안에서는 부담이 큰 순환출자 금지 방안이 새로 도입되기 보다는 차라리 현 출총제를 그대로 시행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경련은 조만간 부당내부거래 단속 등 기존 공정거래법 상 재벌시책을 엄격히 집행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를 제대로 규제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정부가 2003년 시장개혁 로드맵을 만들 때 3년 뒤 기업의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기업들의 소유구조가 개선되면 출총제를 없애기로 했지만 평가 결과 모두 미흡한 것으로 나온 만큼 대안 없이 출총제를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참여연대 등은 순환출자 규제와 출총제 존속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출총제 적용대상을 10대그룹 소속 자산 2조 이상 중핵기업으로 국한해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는게 바람직하다”며 “환상형 순환출자의 경우 신규 순환출자는 물론 과거 순환출자도 5년의 유예기간을 둬서 모두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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