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장’ 경쟁적 담보대출에 일침 “부동산 자금쏠림 안돼”
금융 당국의 수장들이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과 관련해 금융회사들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집 값 급등의 한 원인으로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어서 금융당국의 앞으로 조처가 주목된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은 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금감위·금감원,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개최한 국제 컨퍼런스 개막사를 통해 “금융 불안정은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집합적으로 똑같은 방향으로 쏠려서 행동하거나 금융 거래에 내재한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해 충분한 대비를 갖추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며 금융권의 경쟁적인 주택 담보 대출 확대를 비판했다. 그는 “미시적 금융감독을 통해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더라도, 금융회사들이 일시에 한쪽으로 움직이거나 금융시장이 작고 성숙하지 못해 외부의 충격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시장이 마비되는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전체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주택 담보대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같은 회의에서,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 사태 등 한국의 금융 위기 경험을 소개하며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등 경제 주체들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험 요인이 축적되고 위기가 확산하는 과정의 이면에는 항상 경제 주체들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있어 왔다”며 “정책당국이나 금융 분야 전문가들은 시장 참가자들의 위험 부담 행위가 장기적이면서 전 조직에 걸친 시각에서 결정되도록 조언해 쏠림 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 정부, 금융감독기구 간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 △회계 및 정보의 투명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