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가전 밀레 회장 진칸
두 가문 대표·전문경영인
만장일치제로 의사 결정
만장일치제로 의사 결정
“가족경영은 한 가지 목표에 전념하며 집중 투자를 이끄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가족 자체가 약점일 수 있습니다. 가족이 중요한 사업계획에 잘못된 결정을 하면 기업을 망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세계 최고급 주방가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밀레의 라인하르트 진칸(47) 회장은 7일 서울 역삼동 밀레코리아 전시장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가족경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어떤 경영 형태든 장단점이 있으며 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1896년 문을 연 밀레는 올해로 107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 기업이다. 공동 창업자인 밀레와 진칸 가문에서 4대째 이어오며 자손 가운데 수십명을 경합시켜 후계자를 선정하는 독특한 지배구조의 회사다. 두 가문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철저한 역할 분담과 협력 정신으로 지금껏 단 한번도 경영권 다툼이 없었다고 한다.
진칸 회장은 독일 자동차회사 베엠베(BMB)에서 4년 동안 실무 경험을 쌓은 뒤 두 가문의 승인 절차를 거쳐 2002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아무리 자식이라도 엄격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경영(이사진)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저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비가족 전문경영인이 동등하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여러 자문기구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지켜나가고 있느냐 하는 점이겠지요.”
밀레는 두 가문이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술부문과 경영부문의 대표를 번갈아 맡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두 가문의 공동대표와 3명의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5명의 이사진이 만장일치제로 회사를 운영한다. 밀레는 무차입 경영을 고집할 뿐 아니라 기업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진칸 회장은 “은행 빚이 없고 주식 상장을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재무구조가 튼튼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밀레는 품질을 위해 독일 안에서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메이드 인 저머니’를 고수하고 있다. 1만5천여 임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25년 이상 일한 장기근속자다. 이들 숙련노동자 덕분에 장인정신이 몸에 밴 것이 강점이다. 진칸 회장은 “최고 가전 제품이 목표인 만큼 숙련공들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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