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의 현대건설 지분 매각 추진이 현대그룹 지배권 문제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의 하나인 산업은행은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한 옛 사주의 책임 문제에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물론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그동안 ‘과거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던 옛 사주에게 정상화된 회사를 돌려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주로 현대그룹만 지목하고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해왔다.
김종배 산업은행 부총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건설이 범현대가로 넘어갈 경우 부실 당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무엇을 했느냐 하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문제가 되는 옛 사주의 범위를 넓혔다. 그는 현대건설 인수전의 또다른 유력 후보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과 관련해, “현대건설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가면 현대그룹 전체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현대상선의 주식은, 현정은 회장 일가와 현대그룹 계열사가 38.2%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중공업이 우호세력인 케이씨씨(KCC)와 함께 31.44%의 지분을 확보해 양쪽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어, 현대건설을 어느 쪽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전체 현대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치게되어 있다.
김 부총재는 “하이닉스와 현대상선 소액주주들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진행 상황 등을 지켜본 뒤 매각해도 늦지 않다”며 현대건설 지분매각 추진의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애초 현대건설 채권단은 올해 안에 보유지분 50.35%를 매각할 방침이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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