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에스케이㈜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신헌철(오른쪽) 에스케이 사장이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했던 소버린자산운용의 데이빗 매플백 최고운영책임자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주총서 소버린과 2차전 60대38 판정승
지배구조 개선노력 등 지속 추진 과제 에스케이㈜가 1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정기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놓고 벌인 소버린자산운용과의 표대결에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승리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반대표도 40%에 육박해 그동안 추진해온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내실있게 이어가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 예고된 승리=이날 주총은 오전 10시부터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30분쯤 지나 최 회장 등 사내이사 2명의 선임에 관한 두번째 심의안건이 상정된 직후 소버린의 데이빗 매플백 최고운영책임자가 “유죄 판결을 받은 최 회장을 이사후보로 다시 추천한 것은 주주를 경시하는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열기를 띠었다. 소버린은 “최 회장이 창업자 가족이라고 해서 상장사 경영을 맡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로 인해 주당 2만원 이상의 주식가치 하락이 있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찬성하는 표가 60.6%를 차지해, 에스케이의 무난한 승리로 끝났다. 소버린을 비롯한 반대는 38%에 그쳤다. 에스케이는 지난해와 달리 외국인 주주가 50%를 넘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결과를 긍정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에스케이가 대다수 국내 기관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압승을 기대했으나,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주총은 소버린에게 충분한 발표 기회를 주고 표대결을 벌였음에도 1시간30분만에 조용히 끝났다.
|
||||
■ 과제와 전망=최태원 회장은 소버린과의 2차전에서도 승리함으로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최 회장은 최근 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됐듯이, 그동안 자제해온 대외활동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로서는 이날 승리로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에스케이㈜의 황규호 전무도 이를 의식한 듯 “앞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소버린은 이번 패배로 입지가 상당히 약화됐다. 소버린은 표대결에서 자신의 지분 14.96%를 제외하면, 국내 소액주주들은 물론 나머지 40% 정도의 외국인 지분 중에서도 상당부분을 뺏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임시주총 소집 항고심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낮아졌다. 하지만 소버린은 종전 대결노선을 바꿀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다. 소버린은 주총 뒤 “최 회장의 재선임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불신이 심화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