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위해 뛰는 문국현사장
중소기업 위해 뛰는 ‘대기업 사장 문국현
유한킴벌리는 임직원수 1700여명에, 연간 매출액이 8천억원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기저귀·화장지 등 3대 주력상품의 시장점유율이 50~70%에 이르는 국내 1위의 위생건강용품 업체이기도 하다. 그런 유한킴벌리의 사장은 요즘 중소기업을 살리자고 사방을 뛰어다닌다. 왜 그럴까?
‘중소기업 혁신 전도사’를 자처하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대기업도 살고, 한국경제도 산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90%를 중소기업이 만드는데, 일자리가 늘어야 내수증가와 경제성장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뉴패러다임 혁신모델의 주창자이기도 한 그는 “평생학습체제 구축을 통한 중소기업의 혁신이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한다. 문 사장은 “대기업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상생경영을 내세우면서 수천개 협력업체 중 고작 몇개만 지원하고, 경쟁력을 이유로 하도급비리 같은 불법행위를 버젓이 하면 되겠느냐”고 쓴소리도 마다않는다.
문 사장은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소기업시대포럼(대표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개최한 ‘중소기업 혁신과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다.
-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이 열개만 있으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물론이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 웬 중소기업 ‘타령’이냐는 말도 있다.
=대기업에 대한 환상일 뿐이다. 중소기업과 벤처의 종사자가 2천만명이다. 대기업은 공기업을 포함해도 130만명에 불과하다. 매출이나 수출 효과 때문에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만 보면 중소기업이 훨씬 중요하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혁신해야 한다.
-혁신의 방법은?
=종업원 1천명 이상 대기업의 직장 내 훈련참여율은 98.1%에 달한다. 하지만 종업원 300명 이하 중소기업은 10% 정도고, 종업원 50명 미만은 3%에도 못미친다. 지식과 학습의 복지가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된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와 엘빈 토플러가 강조했듯이 이젠 지식경영, 가치창조경영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대기업 하청체제에 안주하지 말고 지식과 경험을 남보다 빨리 흡수하고 유연성을 키워서 세계시장에서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중국도 지난 9월 지식에 기반해 창조경영을 하는 ‘영혼경영(soul economy)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중소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포터는 한국 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2423시간)이 엄청난 것에 놀랐다고 했다. 우리는 미국, 일본에 비해 600시간 이상 더 일한다. 그러다보니 학습할 시간이 없다. 과로체제로 인한 손실도 막대하다. 산업재해로 인한 연간 손실은 15조원으로, 노사분규 손실의 8배에 달한다. 이러니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는 일하기 싫다고 피하는 것이다. -정부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데? =중소기업청이 하나 있지만, 나머지 22개 정부부처는 모두 대기업을 위한 것이다. 차라리 대기업청을 하나 만들고 나머지는 모두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조직과 기능을 사람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혁신하고 재정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의 학습조직화를 위한 국가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중소기업의 60% 가량이 대기업에 딸려 있는 현실에서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대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중소기업이 강해져야 한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상생경영을 강조하지만, 진정성이 부족하다. 대기업의 부당하도급 비리도 여전하다. 유한킴벌리는 삼성, 피앤지 등 국내외 재벌과의 경쟁으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모두 이겨내고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중소기업과 협력해서 차별화와 혁신, 스피드, 신뢰경영을 이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면 납품단가 인하 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게 불법행위를 하면 되겠나. 중소기업의 하도급 문제를 풀려면 대기업이 진정성, 공정성,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대기업은 이제 돈 버는 선수에서 국민에게 존경받는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 공정위도 대기업의 불법 하도급을 바로 잡는 신문고가 돼야 한다. 하지만 비리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고발하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법원은 조직범죄에 대해서는 4배의 가중처벌을 하도록 판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엔론의 전 경영진에게는 최소 26년형의 실형이 선고됐다. 우리는 대기업의 불법이 드러나면 일벌백계보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만 걱정하지 않나? 글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중소기업도 대기업 하청체제에 안주하지 말고 지식과 경험을 남보다 빨리 흡수하고 유연성을 키워서 세계시장에서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중국도 지난 9월 지식에 기반해 창조경영을 하는 ‘영혼경영(soul economy)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중소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포터는 한국 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2423시간)이 엄청난 것에 놀랐다고 했다. 우리는 미국, 일본에 비해 600시간 이상 더 일한다. 그러다보니 학습할 시간이 없다. 과로체제로 인한 손실도 막대하다. 산업재해로 인한 연간 손실은 15조원으로, 노사분규 손실의 8배에 달한다. 이러니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는 일하기 싫다고 피하는 것이다. -정부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데? =중소기업청이 하나 있지만, 나머지 22개 정부부처는 모두 대기업을 위한 것이다. 차라리 대기업청을 하나 만들고 나머지는 모두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조직과 기능을 사람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혁신하고 재정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의 학습조직화를 위한 국가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중소기업의 60% 가량이 대기업에 딸려 있는 현실에서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대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중소기업이 강해져야 한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상생경영을 강조하지만, 진정성이 부족하다. 대기업의 부당하도급 비리도 여전하다. 유한킴벌리는 삼성, 피앤지 등 국내외 재벌과의 경쟁으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모두 이겨내고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중소기업과 협력해서 차별화와 혁신, 스피드, 신뢰경영을 이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면 납품단가 인하 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게 불법행위를 하면 되겠나. 중소기업의 하도급 문제를 풀려면 대기업이 진정성, 공정성,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대기업은 이제 돈 버는 선수에서 국민에게 존경받는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 공정위도 대기업의 불법 하도급을 바로 잡는 신문고가 돼야 한다. 하지만 비리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고발하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법원은 조직범죄에 대해서는 4배의 가중처벌을 하도록 판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엔론의 전 경영진에게는 최소 26년형의 실형이 선고됐다. 우리는 대기업의 불법이 드러나면 일벌백계보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만 걱정하지 않나? 글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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