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원 상당 상품권…돌려준 직원은 동료들로부터 시달림
현대자동차가 부당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직원들에게 수백만원대의 상품권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위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 직원들은 현금이 아니라며 상품권을 받았다가, 한 직원이 돌려주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되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공정위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본부 직원들은 지난 17일 저녁 현대차그룹 회의실에서 현대차 임원으로부터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10장이 든 봉투 7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직원들은 당시 상품권을 받을 것인지 내부 토론을 벌인 끝에 현금이 아니라며 받기로 했으나 한 여직원이 혼자 상품권을 현대차에 돌려주자 나머지 직원들도 뒤늦게 되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여직원이 동료 직원들에게 시달림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현장조사가 끝난 뒤 조사 직원들이 현대차로부터 포장지로 싼 기념품용 미니자동차를 받았는데 상품권이 든 봉투가 들어가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월요일인 20일 되돌려준 것으로 안다”며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며 비리가 확인될 경우 관련자에 대해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2003년 제정한 공직자 행동강령에는 공정위 직원이 일체의 금품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공정위의 장기 현장조사가 끝난 뒤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수고했다는 뜻으로 상품권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뇌물성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담당 실무자들을 문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대차 비자금 관련 검찰 수사가 끝난 지난 9월부터 현대차, 글로비스, 이노션, 엠코 등 10여개 계열사별로 부당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했고, 최근 현대차 기획총괄본부를 상대로 한 자료 검증작업을 끝으로 현장조사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애초 글로비스와 엠코 등에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을 한 혐의에 조사의 초점을 맞췄으나 진행 과정에서 하청업체에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넣은 자료를 수집하는 등 조사 범위를 넓혀왔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박순빈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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