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산업 이인중 회장
일명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는 재계와 보수언론으로부터 한국기업을 위협해 외국자본의 배만 불려주는 투기펀드로 공격받았다. 또 장 교수 본인은 ‘반재벌주의자’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대구지역의 대표기업인 화성산업이 그런 장 교수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화성산업의 이인중 회장은 26일 <한겨레>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생각이 있다면, 이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투명경영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기업들도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기업이 투명해지면 시장의 신뢰가 올라갈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이 화성산업과 장하성펀드, 한국경제 모두에게 ‘윈-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과 1주일만에 장하성펀드와의 협력을 이뤄낸 그의 결단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혀온 한국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선시키는 획기적 계기가 될 수있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일대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올해 환갑을 맞은 이 회장은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4년간 근무하다가 창업주이자 부친인 이윤석 현 명예회장에 이어 회사를 맡고 있는 2세 경영인이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회사가 위기를 맞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1년 만에 정상화시켰다.
-화성산업이 장하성펀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뉴스에 시장이 깜작 놀랐다. 어떻게 합의하게 됐나?
=지난 13일께 장하성펀드 일을 맡고있는 라자드쪽에서 연락이 왔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 회사 주식을 5% 이상 취득할 계획이라는 것과 그럴 경우 사외이사 추천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하고,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도 들었다. 하지만 소액주주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것이고, 기업이 투명해지면 시장 신뢰가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 17일 양쪽의 실무자들이 만난 원칙합의를 본 뒤, 지난 21일 내가 장 교수와 직접 만나 점심을 함께하면서 서로 협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1주일만에 결정을 했다면 정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경영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외부의 경영권 간섭일텐데, 고민은 안됐나?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는데,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다들 아는 반면 서울이나 전국적인 지명도가 너무 낮아 아쉬움이 컸다. 사업도 주로 지역에 한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았다. 주가가 1만원대 초반일 때부터 애널리스트들은 목표 주가를 2만1천원대로 제시하는 등 회사를 좋게 평했지만, 전혀 주목을 끌지 못했다.
모든 게 서울과 수도권 중심인데, 자본시장에서도 지역의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장하성펀드의 지분취득이 지방기업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화성산업이 그 촉매제 역할을 하고 싶다. 화성산업이 잘되면 파급효과가 있지 않겠나. (1만3천원대에서 움직이던 화성산업의 주가는 지난 22일 장하성펀드의 주식취득 발표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이며 44%나 수직상승해 주당 2만2천원대로 올라섰다.) -회사가 동의하는 사외이사 후보를 장하성펀드가 추천하기로 했는데? =지난 22일 펀드의 발표문에는 ‘회사가 동의하는 후보’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사실은 펀드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이의없이 받아들일 생각이다. 우리회사에는 2명의 교수분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데, 마침 한 분이 내년초 임기가 끝난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외이사는 거수기나 고무도장이라는 말까지 있다. 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받아들이면 거추장스럽지 않겠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설득해야지. 펀드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도 결국 회사발전을 위해 힘쓰지 않겠나? 회사가치를 높이자는데는 생각이 똑같을 것이다. 또 펀드가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을 추천할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생각이 있다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투명경영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또 지방에 좋은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장 교수에게 적극 추천할 생각인데, 장 교수도 아주 반겼다. -투자자들에게 전화는 안왔나? =많이 왔다. 다들 좋아하더라. 그런 좋은 일이 있으면 진작 얘기하지 그랬냐고 난리다. 하지만 나도 (장하성펀드로부터) 선택을 당한 것이니, 미리 알수가 있었겠나. 이번 일의 파장이 이렇게 클지 몰랐다. -이 회장은 장 교수와 고려대 경영대 동문이다. 장 교수는 현재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맡고 있다. 이번 결정은 두 분이 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사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전혀 아니다. 장 교수의 이름을 언론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맡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실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린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장 교수가 기업지배구조에 관해 강연하는 것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한번 장 교수와 직접 만나 상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내 자의로 된 게 아니고, 펀드에 선택당한 게 다소 아쉽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장 교수와 라자드를 만났을 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장 교수에게 내년에는 대구지역 기업인들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수락하더라. -장 교수의 강연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전부터 생각은 했는데, 강연을 듣고 더 구체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개인의 사욕이 아니고 한국경제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불신한다. 그래서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 이번 일이 국내 기업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화성산업만 봐도 시가총액이 장부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장부가격에만 맞추더라도 최소한 주당 2만5천원은 돼야 한다. 23일 미국 뉴욕의 외국펀드 두 곳에서 전화가 와서 장하성펀드와의 협력에 대해 관심을 보이더라. -장 교수는 재계에서 삼성 저격수, 반재벌주의자로 알려져있다. 대구상의 회장도 맡고 있는데 ‘배신자’ 소리를 듣지 않을까? =아니다.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에 반대하는 경영자나 오너는 없다고 확신한다. 대기업들은 장 교수나 장하성펀드에 대해 경계를 하는 것같은데, 내가 직접 만나보니 그렇지 않더라. 지금까지 너무 잘못 알려졌던 것같다. -재계나 보수언론에서는 장하성펀드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기업가치를 높인다고 하지만 실제 목적은 돈벌이 아니냐, 펀드의 투자자들도 외국자본이니까 결국 외국투기자본과 다를 게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런 시각이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해당 기업이나 한국경제에 좋은 일 아니냐?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화성산업은 원래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평가에서 29위라는 좋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장하성펀드의 투자로 인해 앞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새로워지면서 신뢰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또 장하성펀드에 대한 적대적 인식도 바뀌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회사와 펀드가 서로 윈-윈이 되고자 한다. -장하성펀드의 첫 투자대상인 태광그룹은 지금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이 태광 경영진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 =기업마다 사정이 달라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태광은 아마 경영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같다. 하지만 펀드는 경영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하더라.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외이사 추천 문제는 상법상 소액주주들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런 게 부담이 된다면 상장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앞으로 화성과 같은 모델이 많이 나오면 변화가 있지 않겠나. -재계는 기업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외부에서 간섭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정부정책이나 시민단체의 주장에 반대하는데?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니,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다만 소액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면 투명성이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입맛대로만 하면 사외이사제도는 둘 필요가 없지 않겠나? 다만 해외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경우 단기성과를 중시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장기성과를 추구하는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장하성펀드는 어떨 것 같은가? =단기차익을 노린 펀드는 아닌 것으로 안다. 우리회사 주식을 영구적으로 갖고 있지는 않겠지만, 상당기간 보유하지 않겠나. 구체적인 투자기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장하성펀드가 회사쪽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할 수도 있을텐데,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외국펀드들의 경우 회사에게 보유주식을 비싼 값에 되사가라는 ‘그린메일’을 시도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안다.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장하성펀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고 나서, 그런 요구는 안할 것이라는 신뢰가 생겼다. -기업구조를 개선하면 주가상승 외에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지면 회사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화성산업은 유통업(백화점)을 하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을 상대한다. 아파트 사업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다른 기업과의 거래관계나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에도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기업들의 가족경영에 대한 비판이 있다. 능력이 모자라는 2~3세가 경영을 대물림하면 기업이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두산그룹처럼 총수일가가 전권을 휘두르면서 불법을 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화성산업도 창업주의 두 아들이 회장과 사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홍중 화성산업 사장은 건설부문의 책임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의 아들도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무조건 가족경영을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 가족경영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능한 경영인이 있다. 나와 동생은 전문경영인으로 나서도 다른 기업에 스카웃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경영인은 단기실적에 매달리지만, 오너경영은 장기비전을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외부에 더 유능한 경영인이 있다면 영입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가족경영은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에 들어가 조사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화성산업으로 들어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은은 최고의 직장 중 하나였을 것이다. 금융인으로서의 길도 가능했을 텐데 아쉬움은 없었나? =당시 한은은 들어가기도 힘들고 대우도 최고였다. 왜 고민이 없었겠나. 회사에 들어온 뒤 갑갑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가 아주 어려웠는데, 나 혼자 월급쟁이로 편하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후회한 적은 없다. -기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성취감이다. 뭔가 이룰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어찌보면 기업을 한다는 것은 복받은 일이다. 아마 한은에 있었으면 부장이나 하고 그만뒀을까? -기업의 창업주는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고도 자식들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다고 한다. 시시콜콜 간섭도 하고, 때로는 다 늙은 자식들을 심하게 야단치기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웃으면서) 모든 오너들의 공통점이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이윤석) 명예회장은 90대이신데 아직 정정하다. 자신이 (회사경영과 관련해) 소외되는 것을 제일 싫어하신다. 그래서 기회되는 대로 자주 보고를 드리고 있다. -재계는 현행 상속·증여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세율인하나 아예 폐지를 요구하는데? =기업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현재의 상속·증여세는 정말 엄청나다. 실제 세부담율이 최고 60~70%에 달한다. 세금을 제대로 내면서 상속·증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다. 지방 기업의 경우 자식에게 상속이 안된다면 기업인들이 경영을 할 의욕이 없어지게 된다. 또 중소기업들은 가족경영체제이기 때문에 상속·증여가 안되면 기업의 영속이 어렵고, 현실적으로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순환출자의 폐해 문제로 논란이 많지만 대기업들로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상속 증여세를 제대로 내는 것을 전제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지방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고, 경제발전도 가능하다. -화성산업의 기업이념과 목표를 보면 고객감동과 사회가치창출을 강조한다. 최근 기업의 목적과 관련해 한쪽에서는 이익 극대화를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윤창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이 이익을 못내고 도산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직접 봤다. 기업인은 먼저 기업이 잘되게 해서 이익을 내는 것이 사회에 대한 최고의 봉사다. 이것이 첫째이고, 그 다음으로 이익이 나면 지역사회에 환원을 해야한다. 윤리경영, 환경경영을 하고 사회와 더불어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방기업의 경우 그렇게 안하면 생존할 수 없다. -건설업의 경우 한국적 현실에서 윤리경영이 어렵다고들 하던데? =옛날 같으면 담합을 하고 뇌물수주도 하고 했지만 이제 거의 없어졌다.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수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 공사는 입찰이 의무화되어 있어 불법수주는 상상하기 힘들다. 유력인사를 안다고 수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공정위가 조사하는 것을 보면 일부 재벌기업들은 담합을 통해 ‘돌려먹기’도 하는 것 같은데, 지방기업과는 먼 얘기다. 화성산업의 경우 도급공사와 토목공사의 비중이 떨어지고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수주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우리사회의 반기업정서가 문제라고 말한다. 기업인들이 돈을 많이 벌면서도 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민선 4기를 맞아 대구시장이 지역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환경,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사랑해줘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우리나라도 어려서부터 젊은이들이 친기업정서를 갖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 언론인들도 힘써야 한다. 평상시 지역민과 지역언론에 부탁을 많이 한다. 기업들도 사회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두산그룹 총수비리 사건이나 현대차 불법로비 사건이 대표적인 예 아닌가? =그런 일들이 반기업정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도매급으로 모든 기업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기업인들도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도경영을 해서 국민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상의에서도 스스로 깨끗해지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화성산업은 외환위기 때 위기를 맞아 결국 지난 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었다. 당시 청구, 우방, 건영 등 대구·경북지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들도 모두 무너졌는데, 어떻게 회생했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다. 당시 회사자산을 팔고 계열사를 정리해서 3천억원의 차입금을 갚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회사에 분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왔는데 금융회사들이 연장을 안해줘서 피를 말리던 일이나 은행장을 1분이라도 만나기 위해 문밖에서 하루종일 기다리던 일까지, 당시 얘기를 하면 밤을 새워도 다 못한다. 알짜배기 회사를 원가 이하로 팔기도 했다. 지금 그대로 가지고 있었으면 수천억원의 가치가 나갔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년만에 기업개선작업을 졸업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데는 회사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도 큰 힘이 됐다. 사내 유보금이 많아 회생에 도움이 됐다. 회사 외형이나 덩치만 보면 그 때가 지금보다 더 컸다. 하지만 내실로 보면 지금이 훨씬 우량하다. 당시는 부채비율도 400~500%나 됐는데, 올해는 100% 이하로 낮아진다. -기업을 하면서 포부가 있다면? =옛날에는 한번 대기업을 일궈보겠다는 비전과 포부를 가졌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건실한 기업, 우량한 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가 달라졌다. 적어도 내가 경영을 할 때는 어떤 위기가 와도 극복이 가능할 정도가 되도록 만들려고 한다. 또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고 지역민에게 봉사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대구/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모든 게 서울과 수도권 중심인데, 자본시장에서도 지역의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장하성펀드의 지분취득이 지방기업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화성산업이 그 촉매제 역할을 하고 싶다. 화성산업이 잘되면 파급효과가 있지 않겠나. (1만3천원대에서 움직이던 화성산업의 주가는 지난 22일 장하성펀드의 주식취득 발표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이며 44%나 수직상승해 주당 2만2천원대로 올라섰다.) -회사가 동의하는 사외이사 후보를 장하성펀드가 추천하기로 했는데? =지난 22일 펀드의 발표문에는 ‘회사가 동의하는 후보’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사실은 펀드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이의없이 받아들일 생각이다. 우리회사에는 2명의 교수분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데, 마침 한 분이 내년초 임기가 끝난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외이사는 거수기나 고무도장이라는 말까지 있다. 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받아들이면 거추장스럽지 않겠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설득해야지. 펀드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도 결국 회사발전을 위해 힘쓰지 않겠나? 회사가치를 높이자는데는 생각이 똑같을 것이다. 또 펀드가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을 추천할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생각이 있다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투명경영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또 지방에 좋은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장 교수에게 적극 추천할 생각인데, 장 교수도 아주 반겼다. -투자자들에게 전화는 안왔나? =많이 왔다. 다들 좋아하더라. 그런 좋은 일이 있으면 진작 얘기하지 그랬냐고 난리다. 하지만 나도 (장하성펀드로부터) 선택을 당한 것이니, 미리 알수가 있었겠나. 이번 일의 파장이 이렇게 클지 몰랐다. -이 회장은 장 교수와 고려대 경영대 동문이다. 장 교수는 현재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맡고 있다. 이번 결정은 두 분이 전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사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전혀 아니다. 장 교수의 이름을 언론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맡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실은 지난 7월 대한상의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린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장 교수가 기업지배구조에 관해 강연하는 것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한번 장 교수와 직접 만나 상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내 자의로 된 게 아니고, 펀드에 선택당한 게 다소 아쉽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장 교수와 라자드를 만났을 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장 교수에게 내년에는 대구지역 기업인들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수락하더라. -장 교수의 강연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전부터 생각은 했는데, 강연을 듣고 더 구체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개인의 사욕이 아니고 한국경제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불신한다. 그래서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 이번 일이 국내 기업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화성산업만 봐도 시가총액이 장부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장부가격에만 맞추더라도 최소한 주당 2만5천원은 돼야 한다. 23일 미국 뉴욕의 외국펀드 두 곳에서 전화가 와서 장하성펀드와의 협력에 대해 관심을 보이더라. -장 교수는 재계에서 삼성 저격수, 반재벌주의자로 알려져있다. 대구상의 회장도 맡고 있는데 ‘배신자’ 소리를 듣지 않을까? =아니다.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에 반대하는 경영자나 오너는 없다고 확신한다. 대기업들은 장 교수나 장하성펀드에 대해 경계를 하는 것같은데, 내가 직접 만나보니 그렇지 않더라. 지금까지 너무 잘못 알려졌던 것같다. -재계나 보수언론에서는 장하성펀드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기업가치를 높인다고 하지만 실제 목적은 돈벌이 아니냐, 펀드의 투자자들도 외국자본이니까 결국 외국투기자본과 다를 게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런 시각이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해당 기업이나 한국경제에 좋은 일 아니냐?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화성산업은 원래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평가에서 29위라는 좋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장하성펀드의 투자로 인해 앞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새로워지면서 신뢰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또 장하성펀드에 대한 적대적 인식도 바뀌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 회사와 펀드가 서로 윈-윈이 되고자 한다. -장하성펀드의 첫 투자대상인 태광그룹은 지금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이 태광 경영진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 =기업마다 사정이 달라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태광은 아마 경영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같다. 하지만 펀드는 경영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하더라.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외이사 추천 문제는 상법상 소액주주들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런 게 부담이 된다면 상장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앞으로 화성과 같은 모델이 많이 나오면 변화가 있지 않겠나. -재계는 기업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외부에서 간섭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정부정책이나 시민단체의 주장에 반대하는데?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니,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다만 소액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면 투명성이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입맛대로만 하면 사외이사제도는 둘 필요가 없지 않겠나? 다만 해외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경우 단기성과를 중시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장기성과를 추구하는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장하성펀드는 어떨 것 같은가? =단기차익을 노린 펀드는 아닌 것으로 안다. 우리회사 주식을 영구적으로 갖고 있지는 않겠지만, 상당기간 보유하지 않겠나. 구체적인 투자기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장하성펀드가 회사쪽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할 수도 있을텐데,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외국펀드들의 경우 회사에게 보유주식을 비싼 값에 되사가라는 ‘그린메일’을 시도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안다.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장하성펀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고 나서, 그런 요구는 안할 것이라는 신뢰가 생겼다. -기업구조를 개선하면 주가상승 외에 어떤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지면 회사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화성산업은 유통업(백화점)을 하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을 상대한다. 아파트 사업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다른 기업과의 거래관계나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에도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기업들의 가족경영에 대한 비판이 있다. 능력이 모자라는 2~3세가 경영을 대물림하면 기업이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두산그룹처럼 총수일가가 전권을 휘두르면서 불법을 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화성산업도 창업주의 두 아들이 회장과 사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홍중 화성산업 사장은 건설부문의 책임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의 아들도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무조건 가족경영을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 가족경영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능한 경영인이 있다. 나와 동생은 전문경영인으로 나서도 다른 기업에 스카웃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경영인은 단기실적에 매달리지만, 오너경영은 장기비전을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외부에 더 유능한 경영인이 있다면 영입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가족경영은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에 들어가 조사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화성산업으로 들어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은은 최고의 직장 중 하나였을 것이다. 금융인으로서의 길도 가능했을 텐데 아쉬움은 없었나? =당시 한은은 들어가기도 힘들고 대우도 최고였다. 왜 고민이 없었겠나. 회사에 들어온 뒤 갑갑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가 아주 어려웠는데, 나 혼자 월급쟁이로 편하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후회한 적은 없다. -기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성취감이다. 뭔가 이룰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어찌보면 기업을 한다는 것은 복받은 일이다. 아마 한은에 있었으면 부장이나 하고 그만뒀을까? -기업의 창업주는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고도 자식들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다고 한다. 시시콜콜 간섭도 하고, 때로는 다 늙은 자식들을 심하게 야단치기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웃으면서) 모든 오너들의 공통점이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이윤석) 명예회장은 90대이신데 아직 정정하다. 자신이 (회사경영과 관련해) 소외되는 것을 제일 싫어하신다. 그래서 기회되는 대로 자주 보고를 드리고 있다. -재계는 현행 상속·증여세 부담이 너무 크다며 세율인하나 아예 폐지를 요구하는데? =기업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현재의 상속·증여세는 정말 엄청나다. 실제 세부담율이 최고 60~70%에 달한다. 세금을 제대로 내면서 상속·증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다. 지방 기업의 경우 자식에게 상속이 안된다면 기업인들이 경영을 할 의욕이 없어지게 된다. 또 중소기업들은 가족경영체제이기 때문에 상속·증여가 안되면 기업의 영속이 어렵고, 현실적으로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순환출자의 폐해 문제로 논란이 많지만 대기업들로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상속 증여세를 제대로 내는 것을 전제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지방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고, 경제발전도 가능하다. -화성산업의 기업이념과 목표를 보면 고객감동과 사회가치창출을 강조한다. 최근 기업의 목적과 관련해 한쪽에서는 이익 극대화를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윤창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이 이익을 못내고 도산하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직접 봤다. 기업인은 먼저 기업이 잘되게 해서 이익을 내는 것이 사회에 대한 최고의 봉사다. 이것이 첫째이고, 그 다음으로 이익이 나면 지역사회에 환원을 해야한다. 윤리경영, 환경경영을 하고 사회와 더불어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방기업의 경우 그렇게 안하면 생존할 수 없다. -건설업의 경우 한국적 현실에서 윤리경영이 어렵다고들 하던데? =옛날 같으면 담합을 하고 뇌물수주도 하고 했지만 이제 거의 없어졌다.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수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 공사는 입찰이 의무화되어 있어 불법수주는 상상하기 힘들다. 유력인사를 안다고 수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공정위가 조사하는 것을 보면 일부 재벌기업들은 담합을 통해 ‘돌려먹기’도 하는 것 같은데, 지방기업과는 먼 얘기다. 화성산업의 경우 도급공사와 토목공사의 비중이 떨어지고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수주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우리사회의 반기업정서가 문제라고 말한다. 기업인들이 돈을 많이 벌면서도 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민선 4기를 맞아 대구시장이 지역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환경,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기업과 기업인을 사랑해줘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우리나라도 어려서부터 젊은이들이 친기업정서를 갖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 언론인들도 힘써야 한다. 평상시 지역민과 지역언론에 부탁을 많이 한다. 기업들도 사회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두산그룹 총수비리 사건이나 현대차 불법로비 사건이 대표적인 예 아닌가? =그런 일들이 반기업정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도매급으로 모든 기업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기업인들도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도경영을 해서 국민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상의에서도 스스로 깨끗해지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화성산업은 외환위기 때 위기를 맞아 결국 지난 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었다. 당시 청구, 우방, 건영 등 대구·경북지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들도 모두 무너졌는데, 어떻게 회생했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다. 당시 회사자산을 팔고 계열사를 정리해서 3천억원의 차입금을 갚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회사에 분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왔는데 금융회사들이 연장을 안해줘서 피를 말리던 일이나 은행장을 1분이라도 만나기 위해 문밖에서 하루종일 기다리던 일까지, 당시 얘기를 하면 밤을 새워도 다 못한다. 알짜배기 회사를 원가 이하로 팔기도 했다. 지금 그대로 가지고 있었으면 수천억원의 가치가 나갔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년만에 기업개선작업을 졸업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데는 회사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도 큰 힘이 됐다. 사내 유보금이 많아 회생에 도움이 됐다. 회사 외형이나 덩치만 보면 그 때가 지금보다 더 컸다. 하지만 내실로 보면 지금이 훨씬 우량하다. 당시는 부채비율도 400~500%나 됐는데, 올해는 100% 이하로 낮아진다. -기업을 하면서 포부가 있다면? =옛날에는 한번 대기업을 일궈보겠다는 비전과 포부를 가졌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건실한 기업, 우량한 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가 달라졌다. 적어도 내가 경영을 할 때는 어떤 위기가 와도 극복이 가능할 정도가 되도록 만들려고 한다. 또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고 지역민에게 봉사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대구/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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