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정책 개편 관련 입장 비교
출총제·순환출자 놓고 여당의원들간 시각차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당정협의를 갖고 출자총액제한제 완화를 뼈대로 한 정부의 재벌정책 개편안 처리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 15일 출총제 적용대상을 자산 10조원 이상 재벌 소속의 중핵기업으로 완화하고,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추진은 백지화하기로 하면서 가닥이 잡히는 듯 했던 재벌정책 개편안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7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따르면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가졌으나 출총제 완화 내용과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여부를 놓고 여당 내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 한 여당의원은 “정부는 자신들의 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참석한 여당의원들 간에 워낙 의견차가 심해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면서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도록 추진하되,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될 내년 1월까지 당내 의견을 먼저 조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천정배, 김현미, 박영선 의원 등은 정부안과 달리 폐해가 큰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출총제와 관련해서도 현행 순자산의 25%로 되어있는 출자한도를 40%까지 완화하자는 정부안에 대해 반대했다. 반면 신학용 의원 등은 기업 부담을 이유로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에 반대했다. 이들은 또 출총제도 조건없이 폐지하거나 적용대상을 자산 2조 이상 중핵기업에서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부처들이 오랜 논의를 거쳐 고민 끝에 정부안을 마련한 만큼 원안대로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여당 내 의견이 워낙 달라 현 상태에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이날 “출총제는 재벌의 무분별한 지배력 확장과 소유지배구조의 왜곡 심화를 억제하기 위한 장치로서 상징성이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폐지나 추가 완화는 곤란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위원장은 또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를 추진했으나 기업부담의 경감과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자율적 해소를 유도하기로 했다”며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이 재벌정책 개편안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기는 힘들어졌고, 앞으로 출총제와 환상형 순환출자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과 마찬가지로 야당들도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출총제 폐지와 순환출자 금지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은 지난 24일 출총제 적용대상을 자산순위 10위내 재벌그룹 소속 중핵기업으로 축소하고, 환상형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이태희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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