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장기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만기 30년짜리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 6천억원어치를 공개입찰 방식을 통해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하이브리드채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채권처럼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공개매매를 할 수도 있다. 발행 조건은 국고채 10년물 금리(4.86%)에 가산금리를 보태 연 6.36%로 결정됐다.
하이브리드채권은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행이 허용됐지만, 국내에선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이 낮아 그동안 높은 수수료 부담을 떠안은 채 주로 해외에서 발행돼 왔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공개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과 주요 보험사 등 국내 자산시장의 큰손들은 내년 초 신한은행이 엘지카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할 예정인 대규모 상환우선주 물량을 기다리느라 이번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으나, 외국계 자금들은 국내 장기채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서둘러 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업은행은 자본금으로 인정되는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결제비율(BIS비율) 개선 효과와 함께, 발행분의 16배에 해당되는 9조6천억원의 중소기업 대출 여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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