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정유사 건 합치면 올 과징금도 3천억 ‘훌쩍’
공정위 39건 적발…제재 강화 세계적 추세
공정위 39건 적발…제재 강화 세계적 추세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들어 적발한 기업 담합(카르텔) 행위의 소비자 피해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공정위가 현재 담합 혐의를 잡고 사건처리를 서두르고 있는 석유화학업체와 정유사들의 대형 담합사건까지 합하면 규모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적발한 39건의 담합으로 말미암은 소비자 피해액은 1조41억원으로, 지난해의 피해액 997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004년의 3107억원에 비해 세배가 넘는 규모다. 구체적으로는 대한제분 등 8개 밀가루 제조업체의 담합이 4145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5개 세탁·주방세제 제조업체 담합 2643억원, 케이티에프 등의 휴대폰요금 담합 1460억원 차례다. 공정위는 담합으로 말미암은 소비자 피해액을 관련 매출액의 10%로 잡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정중원 카르텔정책팀장은 “담합은 소비자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공적 1호”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올해 담합 행위에 부과한 과징금도 급증하고 있다. 11월 말까지 1093억원이 부과됐는데, 석유화학업체 담합 건이 이달 안에 처리되면 3천억원을 넘게 된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해의 2620억원이었다. 공정위 간부는 “석유화학업체 담합에는 10여개 국내사들이 연루돼 있어 과징금이 단일사건으로는 최대인 2천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 지에스칼텍스, 에쓰오일 등이 연루된 정유사 담합 건의 과징금도 수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담합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기업들도 조심하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담합을 자진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자진신고 감면제’를 강화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당국과 업계의 설명이다. 경영진 몰래 실무자들끼리 담합을 하는 경우에 대비해, 자체조사를 하는 회사도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 담합 혐의가 적발된 한 업체는 총수가 직접 조사대상 이외 품목까지 담합 여부에 대한 내부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담합에 대한 제재 강화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2004년 기업에 대한 벌금 상한선을 1천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올렸다. 또 개인에 대한 처벌 수준도 35만달러 이하 벌금, 3년 이하 징역에서 100만달러 이하 벌금, 10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했다. 오행록 공정위 사무관은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서 담합 건으로 총 5111억원을 부과당했는데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도 지난해 6월 카르텔국을 신설하고 조사인력을 강화했다.
각국 공정위원회 간의 공조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삼성전자와 엘지필립스엘시디가 엘시디제품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일본 등과 공조해 전 세계 10여개 엘시디업체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것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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