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개정에 따른 삼성 순환출자 구조 영향
‘전자’ 우호지분 많고 시총 높아 인수합병 힘들어
‘에버랜드’ 카드서 처분해도 삼성계열 70% 보유
‘에버랜드’ 카드서 처분해도 삼성계열 70% 보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이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 최대 재벌인 삼성의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산법은 재벌 소속 금융회사가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소유하면서 지배할 때는 감독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제도로, 재벌의 금융 지배에 따른 국민경제적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삼성카드나 삼성생명은 당국의 승인 없이 각각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였으나, 제재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법 개정이 추진돼 왔다. ■ 삼성 소유지배구조 영향=법 개정으로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 25.64% 중 5%를 초과하는 20.64%는 바로 의결권 행사가 안 되고, 5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또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6% 중 5%를 초과하는 2.26%는 2년 뒤부터 의결권이 제한된다. 삼성의 소유지배구조는 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축으로 지탱되고 있어, 법 개정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증시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재용씨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것을 시작으로 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카드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 20.64%의 처분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총수 일가와 나머지 삼성 계열사 지분이 70%에 이르기 때문이다.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도 2008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삼성카드의 증시 상장에 맞춰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카드 지분(46.85%)과 카드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을 정리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의결권이 줄어드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핵심 기업이다. 현재 이 회장 일가와 삼성 계열사, 임직원이 갖고 있는 전자 지분은 16.09%다. 이 회장의 지분은 1.8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삼성생명 7.26%, 삼성물산 4.02%, 삼성화재 1.26% 등으로 나뉘어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2.26%를 빼면 삼성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3.83%로 줄어든다. ■ 삼성전자 경영권 위협=삼성과 전경련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50%에 육박하는 점을 들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강조한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인수합병 가능성도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영권이 실제 위협받는 일이 생길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는 주주는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미국의 시티뱅크(9.38%)가 유일한데, 삼성의 우호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10대 외국인 주주 역시 피델리티, 살로만스미스바니 등 모두 국제적인 자산운용사들로, 적대적 인수합병과는 거리가 먼 투자펀드들이다. 다른 외부세력이 경영권을 위협하려면 많은 지분이 필요한데, 주당 61만원인 주가를 감안하면 지분 1%를 확보하는 데도 9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또 5%를 넘는 2.26%의 지분은 강제매각이 아니라 의결권 행사만 중단되기 때문에, 외부의 공격이 현실화하면 다른 우호세력에게 넘겨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 등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 경영권 위협론’에는 재벌개혁 정책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고 분석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금산법의 본래 취지로 볼 때 삼성카드에 5년의 처분 유예기간을 주면 안 되고, 삼성생명에는 의결권 제한 대신 주식 강제매각 명령을 내려야 했다”며 “금산법 개정안은 사실상 삼성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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