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지켜보는 모임’…‘들러리’ 평가 벗어날까 관심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이 이달 중순 세번째 모임을 갖고 “앞으로는 (삼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쓴소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옛 구조조정본부장)은 이에 대해 “원래 그러라고 만든 것 아니냐”며 맞장구를 쳤지만, 삼성 안에서는 삼지모의 향후 행보에 대해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삼지모의 한 참여 인사는 “기업체질과 문화, 세상이 모두 빠르게 변해가는데, 삼성이 외부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금의 ‘삼성불패 신화’가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겠느냐”면서 “객관적으로 봐서 삼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안이 있다면 제대로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지모의 또 다른 인사는 “모임 한시간 전에 참석자들이 미리 만나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는데, 잘 준비를 해서 삼성에 대해 제대로 쓴소리를 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내년 3월로 예정된 네번재 모임에서 본격적인 얘기들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또 삼성이 연간 5천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사회공헌에 쓰면서, 이를 기화로 사회에 군림하고 간섭하려 한다는 외부의 비판적 시각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지모는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유죄판결과 엑스파일 사건으로 곤경에 처하자 지난 2월7일 8천억원의 사회기금 헌납 등을 포함한 대국민사과를 발표하면서 외부의 비판여론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모임이다. 삼성은 당시 “우리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반성에 따라 삼성에 대해 쓴소리를 해줄 사회 각계의 인사들 모시겠다”고 밝혔다. 삼지모에는 김형기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와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사장 등 8명이 참여하고 있다.
삼지모는 지난 6월과 9월 두차례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그동안 뚜렷한 역할이 없어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들러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참여인사들이 이에 큰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번 3차 모임에 이학수 부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해서, 신경영 등 삼성의 기업문화와 사회공헌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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