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은행권 관행에 제동 걸릴 듯
공정거래위원회는 새해부터 기업들이 정부의 행정지도를 이유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수량을 공동결정한 경우에도 담합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정보통신부나 금융감독기관의 창구지도를 빌미로 담합행위를 해온 통신서비스와 금융회사들의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는 1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행정지도가 개입된 카르텔(담합)에 대한 심사지침’을 전원회의에서 의결해, 법령상 구체적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에 따라 사업자들이 가격 등을 합의하면 원칙적으로 위법행위로 보고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단의 정중원 정책팀장은 “이번 심사지침 목적은 다른 행정기관에 대해 경쟁제한적 행정지도의 자제를 요청하고 업체들이 이를 기화로 카르텔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련부처의 의견수렴도 거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행정기관이 가격 인상률을 5% 이하로 하도록 행정지도한 데 대해 사업자들이 별도 합의를 통해 가격 인상률을 5%로 통일하면 담합으로 제재를 받는다. 또 행정지도 전에 사업자들이 가격 인상률에 합의한 뒤 행정지도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도 역시 처벌된다. 다만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행정지도를 받은 뒤, 별도 모임을 갖고 행정지도의 수용 여부, 시행절차나 방법 등을 합의한 경우는 합의 내용 및 성격, 중대성 정도 등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그동안 업체들은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을 경우 담합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의 판례는 “행정지도에 따를지는 상대방의 자유의사에 맡겨진 것이므로, 법령에 구체적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에 따라 사업자들이 가격 등을 합의한 경우 그 카르텔 행위의 위법성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2005년 공정위가 통신사업자들의 전화요금 담합에 대해 조사할 때, 업체들은 정통부가 시장의 과열경쟁을 막는 이른바 ‘그린마케팅’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반발한 적이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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