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금리변동 보다 시중 유동성 흡수에 무게
1월엔 콜금리 인상 않을 듯…경기·환율 부담 탓
1월엔 콜금리 인상 않을 듯…경기·환율 부담 탓
한국은행의 2007년 통화정책 운영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위원회가 11일 열린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은의 태도에 비춰볼 때 올해도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은 “통화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었다”=지난해 12월23일 실시된 지급준비율(지준율) 인상 조처가 처음 적용되는 지급준비금(지준금) 마감일이었던 5일, 시중은행과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한은이 깐깐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한은은 채권시장이 문을 닫기 10분 전, 지준금이 부족했던 일부 은행에 1조500억원을 빌려주고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여 지준금 한도를 채우게 했다. 두 곳 정도의 은행이 마감일까지 3조원 정도의 지준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한은이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선 한은이 돈줄을 죄려는 의지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부족한 지준금 일부를 갚도록 높은 금리에 돈을 꿔주긴 했지만, 나머지 돈은 해당 은행 스스로 구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는 얘기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이후 꾸준히 은행 길들이기에 나섰다. 시장 자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시장 콜금리가 한은이 정한 목표치(4.50%)를 훨씬 웃도는 데도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자금을 풀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 것이다. 지난해 내내 목표치를 밑돌던 시장 콜금리는 지준율이 인상된 지난해 12월23일을 전후로 빠른 속도로 상승해 5일엔 4.66%(잠정치)까지 올랐다.
시장 콜금리가 한은의 목표치보다 0.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은 2002년 5월 이래 처음이다. 이를 두고 지준율 관리를 담당하는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 일시적인 시장 금리 변동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시중 유동성 흡수라는 큰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한은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돈줄의 고삐를 죄는 것 뿐 아니라, 은행 스스로 자금 과부족을 알아서 해결하도록 유도해 시장의 단기금리 결정 기능을 정상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11일엔 콜금리 인상하지 않을 듯=이처럼 한은이 시중 돈줄 죄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11일 금통위에선 콜금리 목표치를 동결할 것이라는 견해가 거의 지배적이다. 지준율 인상 이후 은행들의 대출이 뚜렷하게 줄어들기 시작한데다, 올해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 카드를 꺼내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최석원 팀장은 “대통령마저 환율 안정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하는 마당에 한은이 콜금리를 올려 원화 강세를 부채질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운용 본부장은 “지금부터 나가는 대출은 부실 위험이 크다는 데 한은이나 은행 모두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통상적으로 설 이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 4~5월까지는 가라앉지 못하므로 한은이 이번에 콜금리를 인상하지는 않더라도 과잉 유동성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만큼은 밝힐 것”이라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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