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성영목 호텔신라 사장/이순동 보좌역 사장/김낙회 제일기획 사장
물갈이 없이 현 체제 유지
“소리가 요란했던 것에 비하면 내용은 별게 없다.”
삼성이 16일 승진 4명을 포함해 총 12명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뒤 나온 대체적인 평이다. 최대 관심은 그룹의 실질적 사령탑인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옛 구조조정본부장)의 거취였는데, 유임으로 결론났다. 또다른 초점이었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자리를 지켰다. 이건희 회장이 변화보다는 현 체제 고수를 택한 셈이다. 지난해 2·7 대국민사과 이후 그에 걸맞은 ‘실질적 변화’를 기대했던 여론과는 다소 동떨어진다.
부회장 승진 1, 사장 승진 3=‘애니콜 신화’로 잘 알려진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이 기술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성영목 호텔신라 부사장과 김낙회 제일기획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홍보를 책임져왔던 이순동 전략기획실 부사장은 삼성전략기획실장 보좌역 사장으로 승진했다.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에선 최지성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이 정보통신 총괄 사장으로, 박종우 디지털미디어 총괄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이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 겸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으로 옮겼다. 이현봉 생활가전 총괄 사장은 서남아 총괄 사장으로, 김재욱 반도체 총괄 메모리제조담당 사장은 기술 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으로 이동했다. 이석재 코닝정밀유리 사장은 코닝 사장을 겸한다. 이해진 사회봉사단 사장은 삼성비피(BP)화학 사장으로,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은 사회봉사단 사장으로 영전했다. 배동만 제일기획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비켜났다.
이학수 체제 유지 의미=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1997년 이후 11년째 그룹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이병철 창업주 시절의 소병해 비서실장 이후 최장수다. 삼성이 지난주 예정됐던 인사를 늦추고, 이 회장도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해 한때 대폭 개편설이 돌았으나 빗나갔다.
그동안 삼성의 적극적인 변화를 촉구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비판적 분위기다. 삼성이 지난해 2·7 대국민 사과를 통해 세금 없는 대물림과 엑스파일 사건 같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했는데, 그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진정으로 과거를 반성하고 변화를 약속했다면 그 출발은 잘못에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한 인책”이라며 “이번 인사는 이런 기대와 배치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박노빈 에버랜드 사장을 유임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는 후속 임원인사에서 승진이 유력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순조로운 승계를 이루려면 과거 굴레에서 벗어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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