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은행장
“전권 준다면 회장-행장 분리” 밝혀
‘소신 경영’-‘돌출 행보’ 평가 갈려
‘소신 경영’-‘돌출 행보’ 평가 갈려
오는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연임 의욕을 강하게 밝혔다. 우리은행장은 올해 줄줄이 예정돼 있는 금융기관장 인사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자리 가운데 하나다.
황 행장은 17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국내 은행들이 한두 차례 더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 아시아의 금융시장 맹주 자리를 놓고 중국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며 “금융지주 회장에게 은행장 선임 전권을 준다면 두 자리를 분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융지주 회장직과 은행장직의 분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황 행장은 “지난 2년 사이 늘어난 우리은행의 자산만 67조로, 이는 인수·합병 없이도 외환은행(2005년 말 기준 자산 75조원)만한 은행을 하나 더 일궈낸 것”이라며 “과거 부실 금융기관이란 딱지 때문에 배지도 못달고 다녔으나, 이젠 직원들 가슴 속에 우리나라 대표 은행이라는 자부심이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연임을 할 만한 실적을 충분히 올렸다는 얘기다.
황 행장에 대한 금융계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금융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일을 해왔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돌출적인 행보로 금융계의 공조를 해쳤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은행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서 주택 담보대출을 크게 늘린 데 대해 청와대가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황 행장 후임에 대한 하마평도 무성하다. 강권석 기업은행장, 전광우 전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최명주 교보증권 사장 등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의 전·현직 간부들도 거론되고 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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