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겉 승진, 속 경질’ 인사 불만인 듯…독단적 지적받아
최고경영자 인사 항명 전례없어…회사쪽 “다음주 나올 것”
최고경영자 인사 항명 전례없어…회사쪽 “다음주 나올 것”
최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기술총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기태 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의 출근 거부는 인사불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의 최고경영자가 인사불만을 이유로 출근을 거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24일 삼성 관계자는 “이기태 부회장이 지난 16일 사장단 인사 이후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사무실은 수원시 매탄3동 삼성전자 안 디지털연구소에 있다. 이 부회장 대신 정보통신총괄을 맡게 된 최지성 사장 등 사장단 인사에서 자리를 옮기거나 승진한 최고경영자들은 지난 주말과 이번 주부터 이미 새로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 휴대폰 사업을 초창기부터 맡아 ‘애니콜 신화’를 만든 주역으로 평소 강한 자부심을 보여왔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겉으로는 부회장으로 승진한 모양새였지만, 사실상 밀려난 것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삼성 안에서는 이 부회장은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등과의 윤종용 부회장 이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평이다. 이 부회장도 인사 뒤 주변에 강한 섭섭함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이 부회장을 경질한 배경은 그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평소 ‘불도저’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추진력과 끈끈한 의리가 돋보였으나, 지나치게 독단적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은 평소 주요 거래업체와 협상할 때 배석자를 안 두는 등 회사와 관련한 주요 사항과 기밀을 독점하고, 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며 “또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의 핵심라인을 자기 사람들로 채워, 파벌을 금기시하는 삼성문화와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약 7년 전에도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이유로 출근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출근 거부는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 전체로 큰 충격이 예상된다. 삼성 한 임원은 “삼성은 회사의 명령은 무조건 따르는 철저한 상명하복을 조직문화의 특성으로 삼아왔는데 휴대폰 신화의 주역으로 불려온 대표적 최고경영자의 항명은 상당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보통신사업의 주요 보직이 이 부회장 라인으로 되어 있어 신임 최지성 사장이 원만하게 재편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이인용 전무는 “이 부회장이 사무실 공사가 안 끝나 출근을 못 하고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출근을 하게 될 것”이라며 “25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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