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맨 앞)이 6일 낮 취임 뒤 처음으로 경제단체장들과 오찬 모임을 한 자리에서 강신호 전경련 회장과 손을 잡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강신호 회장 연임 포기…다른 총수들도 ‘손사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차기 회장 선임 문제가 원점으로 회귀했다. 조건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6일 “강신호 회장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차기 회장직을 수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강신호 회장은 지난달 25일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회장으로 재추대됐으나, 세번째 연임인데다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아들과의 분쟁 등으로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전경련 개혁 부진”을 비판하며 전경련의 비상임 부회장직을 사퇴하면서 급격히 제동이 걸렸다. 강 회장은 연임을 포기한 ‘여러 사정’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조 부회장은 연임을 둘러싼 내부 불만에 대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강 회장이 차기 회장직을 포기함에 따라 전경련은 애초 9일로 예정된 정기총회를 2주 가량 연기하고 추대위원회부터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애초 안팎의 여러 문제 제기에도 강 회장을 재추대한 것도 ‘대안 부재’가 가장 큰 이유였다. 전경련의 부회장단 멤버이자 ‘실세’이기도 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여전히 회장직을 맡으려 하지 않고 있다. 구본무 엘지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전경련의 ‘삼성 편향’을 문제 삼으며 발길을 끊은 지 오래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여러차례 차기 회장으로 추대됐지만 그때마다 고사했다. 전경련은 다음주 중 추대위원회를 꾸려 새 회장 후보를 내세운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자칫 재계의 구심인 전경련의 지도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전경련 무용론’이나 ‘경제단체 통합론’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일로 안팎의 개혁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경련 사무국 관계자는 “재계 의견을 종합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한데, 회장 선출 때마다 갈등과 무기력증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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