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등 준비 차분…한국은 ‘정치공방’
일본은 요즘 ‘2007년 문제’가 사회적 화두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단괴세대)이 올해부터 만 60살 정년을 맞아 은퇴를 시작하면서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공백이 본격화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 5일 인적자원 효율화를 명분으로 발표한 ‘2+5 전략’(2년 빨리, 5년 더 일하는 사회 만들기)이 2010년 이후를 대비한 것이라면 일본은 이미 현실문제다. 일본 노동경제학계에 널리 알려진 게이오대의 세이케 아쓰시 교수는 “지난해 말 현재 일본 인구 1억2700만명의 20%가 65살 이상 노인이지만,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그 비율이 42%로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일본 기업들이다. 은퇴자 상당수는 제조업체의 숙련 기능공들이어서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일본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의 기술과 기능이 승계가 안 되면 당장 회사 유지가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이를 예견하고,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더 오래 일하도록 하려는 준비를 차분히 해 왔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4월부터 개정된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이다. 기업들은 현재 60살인 정년을 65살로 연장하거나, 아니면 정년퇴임제를 아예 없애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년 이후 재고용을 하는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일본의 종합 제어계측 회사인 오므론의 다테이시 노부오 상담역은 “본인이 원하면 65살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혼다자동차도 올해는 62살까지 재고용을 하지만, 2013년까지는 65살로 재고용 연한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이는 공적연금이 만 65살부터 시작되는 단괴세대에게도 윈-윈의 해법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인구의 고령화·저출산 추세가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202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지금의 5% 안팎에서 2%대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국방·교육·기업·연금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으로 내놓은 ‘2+5 전략’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모두들 원칙적으로는 정부 대책이 때늦은 감마저 있다고 끄덕인다. 그러나 정작 들리는 소리는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이상적인 탁상공론이며, 임기말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 일색이다. 정책이 미흡하면 내용을 보완할 일인데, 일부 언론은 “1년짜리 정부가 10년 정책을 내놓는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한다.
세이케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저출산 대책에서 일본에 견줘 아직 여유가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2050년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출생률이 일본보다 더 낮아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과 노조가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적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언론이 앞장서 국민과 기업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기업 쪽의 정년연장 같은 조처와, 노조 쪽의 연공서열제 폐기 등을 통한 임금부담 축소 노력이 꼽힌다. 일본에서도 60살을 넘어 재고용된 사람들의 임금은 퇴직 전의 60% 수준이다.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낮추는 임금피크제를 과감히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도쿄/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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