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졸 출신 직급별 초임 비교
경총 “일본의 95% 수준…대리 이상은 77% 그쳐”
민주노총 “비정규직 제외한 수치 비교 의미 없어”
민주노총 “비정규직 제외한 수치 비교 의미 없어”
‘대졸 초임이 너무 과다하게 책정된 하후상박 구조로 인해 상위직급의 근로의욕마저 저하시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4일 발표한 ‘임금수준 및 생산성 국제비교’ 보고서에 담긴 주요 내용 가운데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 대학졸업자들이 기업에 들어간 첫 해 도대체 얼마나 받길래 상위직급의 근로의욕까지 떨어뜨린다는 것일까?
경총이 조사한 바로는, 지난해 우리나라 대졸자의 평균 초임은 2255만원(연봉 기준)으로 일본의 95%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8337달러로 3만5490달러인 일본의 절반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경제규모에 비해 대졸 초임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이 경총의 결론이다.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상위직급별 평균 초임이 일본의 77% 수준인 점에 비추더라도 대졸 초임이 과다하게 책정돼 있다는 얘기다.
경총은 대졸 초임이 다른 상위직 직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를 3가지로 풀이했다.
첫째, 1987년 노동운동이 본격화 된 이후 과장(또는 대리) 이하 하위직급으로 구성된 노조원 중심으로 임금과 근로조건이 개선되었으며, 이에 하후상박 구조가 고착화 되어 대졸초임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과실이 주로 하위직급에 돌아갔다는 논리다. 둘째, 외환위기 이전까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 현상을 겪었는데, 이에 우수인력 확보 측면에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졸 초임을 올렸다는 것이다. 끝으로 대졸 초임 수준이 해당 기업의 경쟁력과 사회적 인식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대졸 초임을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경총은 보고서에서 “대졸 초임이 너무 높아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정규직 신규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청년실업 증가 등 노동시장의 왜곡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사용자단체인 경총이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증가의 주 원인을 대졸초임에서 찾는 데 대해 “책임을 노동자의 임금에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사회복지 수준이 취약한 실정에서 임금 수준은 물가와 부동산값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졸자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이들을 제외한 임금을 평균치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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