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이 월말 기준으로 거의 2년만에 처음 줄어들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중 광의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1월말 현재 광의 유동성 잔액은 1837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1838조1천억원)보다 4천억원 줄어들었다. 1월 중 유동성 증가율도 11.0%(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해 12월(11.2%)보다 약간 떨어졌다. 시중 유동성이 줄어든 건 2005년3월 이래 처음이다.
1월 들어 유동성이 줄어든 데는 주택담보대출 등가세가 큰 폭으로 꺾이며 전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2100억원 가량 감소한 게 크게 작용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4조1627억원과 3억1841억원이나 늘어났지만, 올해 들어선 1월 7465억, 2월 4078억 등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됐다.
이와 함께 자금의 단기화 추세도 다소 약해졌다. 현금통화 및 요구불예금에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상품을 더한 단기유동성은 1월 중 546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의 561조6천억원보다 15조4천억원 줄어들었다. 전체 광의 유동성에서 단기유동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월(30.6%)에서 29.7%로 떨어졌다. 단기유동성 비중이 줄어든 것은 1월 중 부가가치세 납부 등의 영향으로 자금이 빠져나간데다 은행들이 앞다퉈 특판예금을 선보이면서 정기예금 수신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월 중 만기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 수신고 잔액은 지난해 12월말보다 2조8천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아직 무리다. 한국은행은 2월 중 설 자금이 크게 풀리면서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등 협의통화(M1) 증가율은 1월 (7.9%) 수준을 약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은 줄이는 대신 2월 중 중소기업 대출을 4조7183억원이나 늘린 것도 시중 유동성 감소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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