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없는 수출’…일자리 못 늘린다

수출의 고용 유발계수

한은, 경제구조·산업 연관분석

고용효과 8년새 3분의 1로 감소
국내 부가가치 유발계수도 낮아
“내수 살려 수출 의존도 줄여야”

수출 3천억달러 돌파, 하지만 속빈 강정 ‘수출 강국 코리아’?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03년 산업연관표’는 ‘수출 강국 코리아’의 화려한 얼굴에 가려진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연관표란 재화와 서비스 생산 과정에 쓰이는 중간생산물이 산업 간에 어떻게 투입·배분되는지를 보여주는 표다. 한 나라의 경제구조와 산업간 연관관계를 한눈에 파악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산업연관표를 한번 작성하는 데는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탓에 한은은 5년 단위로 실측 산업연관표를 작성하고 중간에 간이 산업연관표를 작성해 왔지만, 이번에는 2003년을 기준으로 실측 산업연관표를 만들엇다.

2003년 산업연관표를 보면, 수출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어치를 수출했을 때 늘어나는 일자리 수를 뜻하는 수출의 취업 유발 계수는 1995년 26.2명에서 2000년 16.6명, 2003년 12.7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수출의 고용 창출 능력이 8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광준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체 산업에 걸쳐 정보통신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용 증대 효과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또 2003년 현재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 계수는 0.647로, 2000년(0.633)보다는 다소 높아졌지만 외환위기 이전인 95년(0.698)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 유발 계수란 수출이 한 단위 늘어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부가가치의 크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천원을 수출하더라도 우리 손에 쥐는 건 647원뿐이란 얘기다.

이는 최종 수출품 생산에 들어가는 중간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전자기기의 중간재 수입 의존도는 95년 23.3%에서 2003년 31.8%로 높아졌다. 일본은 2000년 기준으로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 계수가 0.892나 됐다. 실속 있는 수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소비가 고용을 늘리는 효과는 2000년 21.9에서 2003년엔 20.2로 별로 낮아지지 않았다. 수출이 나홀로 경기를 떠받들면서 경제성장의 고용 유발 효과도 점차 낮아졌다. 1% 경제성장을 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95년 13만5천명에서 2000년 12만3천명, 2003년 12만2천명으로 줄었다.

이광준 국장은 “2003년 자료이긴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하루빨리 주요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한편 내수를 살려 지나친 수출 의존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