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엘지카드 전 사장 / 이종휘 수석부행장 / 최병길 금호생명 사장
우리은행장 인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지주) 부회장 신설 문제가 행장 인선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예금보험공사(예보) 고위 간부는 12일 “예보는 우리금융그룹의 대주주로서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보는 회장과 행장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그룹 부회장 직을 신설하거나, 회장-부회장 중심의 책임 경영을 위해 그룹 부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그룹은 2001년 그룹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면서 출범했다. 우리은행은 그룹 전체 자산의 75%를 차지하는 등 은행장의 권한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우리금융 1기 경영진(윤병철 회장-이덕훈 행장)은 경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예보는 황영기 행장 때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게 하면서 그룹 부회장 직도 없앴다.
부회장 자리를 만들 경우 행장 후보군 가운데 뽑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재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과 최병길 금호생명 사장, 박해춘 엘지카드 전 사장이 경합 중이다. 행장 후보는 오는 21일 열리는 행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진다.
이 과정에서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 후보의 의중이 행장 후보 인선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룹 부회장 직 신설과 관련해 개인 의견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행장은 “두 명의 부회장 체제로 갈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하지만 아직 부회장 직을 제안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해춘 카드’에 대한 우리은행 내부의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인 이 부행장과 최 사장이 행장이 되면 파업을 유보할 수 있지만, 외부 인사가 되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고위 임원도 “내부 출신 후보가 두명이나 되는데, 은행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행장으로 와서야 되겠냐”며 “한빛은행 이래 10여년 동안 외부에서 행장이 왔으니 이젠 내부 사람이 할 차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사장은 “우리은행은 두 은행이 합쳐 출범했는데, (조직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결정과 정책적 판단은 외부인이 낫다”며 “서울보증보험과 엘지카드와 같은 파산 기관에서 보인 위기관리 능력과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보증보험과 엘지카드 때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고 상품과 제도에 관한 구조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