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 5층 회의실에서 열린 두산중공업 주주총회에서 경제개혁연대 회원들이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반대하며 법원 판결문을 확대한 펼침막을 내걸고 질문을 하자, 진행요원(맨 오른쪽)이 펼침막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회삿돈 횡령과 분식회계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 두산그룹 총수 일가가 논란 속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16일 두산중공업 주주총회에 상정된 두산 오너 형제의 등기이사 선임안은 이를 저지하려는 일부 주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난항을 거듭한 끝에 표결로 통과됐다. 이로써 박 전 회장은 2005년 11월 ‘형제의 난’으로 그룹 회장직을 비롯한 공직에서 사퇴한 지 15개월만에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으며, 곧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돼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 5층 회의실에서 열린 주총은 고성이 오가는 진통 속에 한차례 정회까지 빚어지면서 6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일부 주주의 위임을 받아 주총에 참석한 경제개혁연대 회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잇달아 얻어 총수 일가가 경영복귀 명분으로 제시한 ‘대주주 책임경영론’을 조목조목 반박했으나, 다른 참석자들이 “주총은 정견발표장도 기자회견장도 아니다”며 발언을 제지할 것을 요구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사 후보로 추천된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자칭 대주주라고 하면서도 두산중공업 주식을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인가”라고 따져 물었고, 이남두 두산중공업 사장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심문하듯 묻는 것인가. 일괄 질문하면 답변하겠다”고 받아넘겼다. 이어 김 소장이 “두산그룹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총수일가 전체의 지분율이 3.24%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들을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공세를 펴자 이 사장은 “직접 지분이 없더라도 ㈜두산의 대주주로서 적절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며 책임경영은 지배력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주총에서 박 전 회장은 두산중공업 회장 직함을 계속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장은 “해외 수주가 대부분인 회사로서 지명도가 높은 박 회장이 필요해 대외 직함을 유지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