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조석래 신임 전경련 회장(오른쪽)이 강신호 전 회장과 함께 웃으면서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조회장 “한목소리 내자” 단합 강조속
이준용 대림회장, 강신호 회장 공격
재벌 이익단체 탈피에 회의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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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조석래(72) 효성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조 신임 회장은 강신호 회장의 뒤를 이어 앞으로 2년 동안 전경련의 수장을 맡게 된다. 그러나 회장 추대 과정에서 터져나온 전경련 내분과 위상 실추로 ‘조석래호’가 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한 조 회장은 재계의 단합을 거듭 강조했다. 조 회장은 “전경련이 자기 역할을 다하려면 회원사들이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전경련이 목소리를 안낸다든지 참여율이 낮다든지 단합이 안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것은 고쳐야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경제정책을 구현할 수 있도록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도 내분과 불협화음은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총회에서 ‘70대 회장 불가론’를 주장했던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물러나는 강 회장에게 “3연임 집착”을 거론하며 “미련을 떨치십시오”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강 회장은 이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 회장의 발언으로 전경련 총회장은 또한번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머쓱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조 신임 회장은 전경련이 재계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거대 재벌그룹의 이익단체로 전락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에 대해 “우연히 재벌에 혜택이 돌아갔는지 모르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경련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조 회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존폐 문제에 대해 “나라별로 사회 환경이나 제도, 경제시스템이 달라서 그런 룰이 있어야 한다면 인정해야 한다. 출총제를 만든 취지와 의미를 들여다 봐야하지 않겠나”라며, 지금까지 전경련 입장과 차이를 보였다.
재계 일각에선 영향력이 큰 4대그룹 총수들의 참여가 저조한 현실을 고려해 전경련이 앞으로 모종의 역할 변화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벌의 입 노릇을 해온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지고 않고서는 환골탈태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많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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