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재판 핵심쟁점 입장 비교
시민단체 학술 토론회
자산가치 기준 이재용 전무등 5천억 부당이득
불법 경영권 승계 면죄부땐 기업 견제 불가능 이건희 삼성회장 자녀들에게 주식을 헐값에 넘겨 관련자들이 배임죄로 기소된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재판이 3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이 핵심쟁점들에 대한 삼성쪽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에버랜드 사건은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으나 2심에서는 검찰과 삼성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1월로 예정됐던 선고공판이 연기되고, 이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에 대한 추가조사와 기소 여부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최대 쟁점은 전환사채 헐값발행으로 인한 회사 손실을 이유로 삼성 경영진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게 옳으냐는 점이다. 삼성은 헐값발행 문제는 전적으로 주주간의 민사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을 예로 들어, 회사 내부문제나 경영진의 경영적 판단에 대해서는 형사법의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국 교수(서울대 법대)는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와 경제개혁연대가 23일 공동으로 연 학술토론회 ‘에버랜드 사건의 법적 쟁점’에서 이런 삼성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 교수는 “미국은 ‘손해액 3배 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등 강력한 민사제재 방안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처럼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적 제재가 약한 현실에서 사법판단을 배제하면 기업의 독주를 견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사적 자치를 존중해서 형법에 배임죄를 두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은 형법에 ‘우편사기죄’를 두어 우리의 배임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반박하고, 엔론사건을 그 예로 꼽았다. 또 다른 핵심쟁점인 에버랜드 주식가치 평가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인 김석연 변호사는 “회사가치가 주로 부동산 같은 자산에 근거를 두고 있는 에버랜드의 특성상 주식가치는 자산가치를 중심으로 측정하는 게 옳다”면서 주당 39만9천원 수준을 제시했다. 지난 1996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이 회장의 네 자녀가 사들인 가격 7700원의 50배에 이른다. 검찰은 재판에서 다른 주주 간의 거래가격과 에버랜드 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의 내부평가를 토대로 최소 8만5천원을 주장했다. 주당 39만9천원을 기준으로 할 때 재용씨 등이 얻은 불로소득은 5천억원에 이른다. 재판부는 1심에서 회사의 손실을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손실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다. 회사의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소인 자산가치와 미래가치(성장성)를 적정하게 안배해서 객관적 평가를 내리는 게 쉽지는 않지만, 법원의 태도는 사실상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은 지난해 2·7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반성과 함께 8천억원의 사회헌납을 발표하면서, 재용씨 등이 얻은 총 이득을 800여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조승현 교수(방송통신대)는 어려운 법리공방으로 인해 자칫 삼성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사건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고, 박승룡 교수(방송통신대)는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에버랜드 이사회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불법 경영권 승계 면죄부땐 기업 견제 불가능 이건희 삼성회장 자녀들에게 주식을 헐값에 넘겨 관련자들이 배임죄로 기소된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재판이 3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이 핵심쟁점들에 대한 삼성쪽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에버랜드 사건은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으나 2심에서는 검찰과 삼성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1월로 예정됐던 선고공판이 연기되고, 이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에 대한 추가조사와 기소 여부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최대 쟁점은 전환사채 헐값발행으로 인한 회사 손실을 이유로 삼성 경영진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게 옳으냐는 점이다. 삼성은 헐값발행 문제는 전적으로 주주간의 민사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을 예로 들어, 회사 내부문제나 경영진의 경영적 판단에 대해서는 형사법의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국 교수(서울대 법대)는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와 경제개혁연대가 23일 공동으로 연 학술토론회 ‘에버랜드 사건의 법적 쟁점’에서 이런 삼성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 교수는 “미국은 ‘손해액 3배 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등 강력한 민사제재 방안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처럼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적 제재가 약한 현실에서 사법판단을 배제하면 기업의 독주를 견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사적 자치를 존중해서 형법에 배임죄를 두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은 형법에 ‘우편사기죄’를 두어 우리의 배임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반박하고, 엔론사건을 그 예로 꼽았다. 또 다른 핵심쟁점인 에버랜드 주식가치 평가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인 김석연 변호사는 “회사가치가 주로 부동산 같은 자산에 근거를 두고 있는 에버랜드의 특성상 주식가치는 자산가치를 중심으로 측정하는 게 옳다”면서 주당 39만9천원 수준을 제시했다. 지난 1996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이 회장의 네 자녀가 사들인 가격 7700원의 50배에 이른다. 검찰은 재판에서 다른 주주 간의 거래가격과 에버랜드 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의 내부평가를 토대로 최소 8만5천원을 주장했다. 주당 39만9천원을 기준으로 할 때 재용씨 등이 얻은 불로소득은 5천억원에 이른다. 재판부는 1심에서 회사의 손실을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손실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다. 회사의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소인 자산가치와 미래가치(성장성)를 적정하게 안배해서 객관적 평가를 내리는 게 쉽지는 않지만, 법원의 태도는 사실상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은 지난해 2·7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반성과 함께 8천억원의 사회헌납을 발표하면서, 재용씨 등이 얻은 총 이득을 800여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조승현 교수(방송통신대)는 어려운 법리공방으로 인해 자칫 삼성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사건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고, 박승룡 교수(방송통신대)는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에버랜드 이사회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