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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미FTA] 처음부터 끝까지 ‘밑지는 장사’ 였다

등록 2007-04-01 19:14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거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우리 식탁에 오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거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우리 식탁에 오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경고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스크린쿼터등 미리 내주고 비자쿼터 못받아
“한국 성과 미미…미국 탐내던 민자유치 따내”
“정부, 국익보다 홍보명분 만들기 주력” 비판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주고받기’가 아닌 ‘내주기’만 한 협상이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지난해 초 스크린쿼터 축소 등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해결해줬다. 반면 당시 한국 쪽이 큰 기대를 걸었던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확보는 연장협상이 마무리돼 가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 그리고 비합산 조처 등 한국이 협상력을 집중했던 미국 무역구제 제도의 핵심 조항도 못 얻어냈다. 추후 논의할 수 있다는 정도의 합의는 성과라고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

개막전부터 연장전까지 내리 패배=자동차는 미국에 대한 수출 품목 중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은 약 88억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20%나 된다. 따라서 관세 철폐는 한국으로선 매우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승용차 관세는 지금도 2.5%밖에 되지 않아 즉시 철폐가 돼도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내놓은 것은 고작 ‘3년 안 철폐’다. 이번 장관급 협상의 미국 대표인 캐런 바티아 무역대표부 대표는 최근 “미국 정부의 분석 결과 지금은 미국에서 팔리는 한국산 브랜드의 22%만 미국 안에서 제조되지만 3년 뒤면 67%나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3년 뒤면 한국차의 3분의 2가 에프티에이 없이도 무관세 혜택을 입는다는 뜻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조달 시장에서도 덩치가 더 큰 주정부 조달시장 접근은 차단됐다. 대미수출 비중이 기껏 3%밖에 되지 않는 섬유에서도 ‘즉시 철폐’를 따낸 품목은 극소수였다.

대신 미국은 한국 업체의 온갖 경영정보를 제출받고 세관이 한국 업체를 불시에 현장조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받아냈다. 한국은 법을 고칠 게 100가지가 넘지만, 미국은 법률개정 사항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의 조세 제도마저 흔들었다. 기름이 안 나고 땅이 좁아 작은 차에 인센티브를 줘야 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배기량 기준 세제를 바꾸도록 했다.

초라한 협상의 극치는 농업이었다. 역대 개방 예외 품목이 가장 많았던 한-칠레 에프티에이도 세관의 품목분류 기준으로 413가지나 됐다. 하지만 미국한테는 첫 양허안(개방안)을 내놓은 지난해 9월 3차 협상 때부터 개방 예외가 284가지에 불과했다. 이번 장관급 회의 때는 다시 100여가지로 줄여 협상에 임했다. 더구나 미국은 협상의 의제도 아닌 쇠고기 검역과 쌀 문제로 한국 협상단을 내내 괴롭혔다. 지적재산권·의약품·투자·금융서비스·통신·전자상거래·위생검역·기술장벽 등 나머지는 모두 미국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분야다.

한국은 저작권·특허권 최강국인 미국한테 관련된 권리 보호를 강화해줬다. 세계 최대 투자자인 미국민들을 위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허용했고 우리 정부의 공공정책이 뜻하지 않게 미국 투자자가 기대했던 사익을 침해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간접수용’ 제도마저 인정했다.

서비스 협상은 아이러니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애초 서비스시장 개방을 미국과 협정을 맺는 최우선 이유로 삼았다. 외부 충격을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그중에서도 법률·회계·의료·교육서비스를 꼽았다. 하지만 이들 시장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우리 협상단이 협상을 ‘잘’해서 이들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기 모순을 보여줬다.

협상보다 대내 눈속임 주력=정부는 협상 자체보다 오히려 대국민홍보를 더 신경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협상단의 ‘섬유·자동차 협상 동향’ 자료를 보면, “섬유가 에프티에이의 최대 수익을 보는 ‘홍보분야’인만큼 여타 협상분야와 연계를 통해서라도 양허안(개방안)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협상단의 다른 문서에도 “자동차의 경우 에프티에이 효과의 ‘홍보’ 차원에서라도 주력품목의 한가지를 상징적으로 즉시 철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문서는 “승용차 3년, 픽업트럭 10년 유예로는 에프티에이의 긍정적 효과를 대내적으로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배출가스 허용기준의 조건없는 유예나 영구면제는 (지난해) 4대 선결조건의 논란이 됐기 때문에 자동차 협상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도 “외교부가 협상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국익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중에 청문회 때 ‘깨질’ 빌미를 만들지 않을까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느낌이 들 때가 여러번 있었다”고 귀띔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한-미 FTA 협상 지나온 길
한-미 FTA 협상 지나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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