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한 업종별 한-미FTA 영향
한-미FTA 타결 이후
자동차
대미 수출 중형이하-국내선 중형이상 활기 자동차 업종은 이번 협상 타결에서 호재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을 상대로 수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산 일본차가 밀려들어와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3000cc 이하 승용차에 물리는 2.5%의 관세를 없애면 현대·기아차 등의 수출 품목 가운데 중형 이하 차량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자동차 세제의 개편으로 중형 이상 차량을 중심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다만 긍정적 효과는 시기 면에서 중장기적이며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경우 미국산 일본차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재미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학주 삼성증권 연구원은 “협정이 발효되면 관세 8% 폐지와 특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합쳐 미국차 가격이 1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인하 여력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제약
제너릭 의약품 개발비 늘고 출시 늦어져 증권가 분석가들은, 국내 제약업체들이 한-미 에프티에이 타결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의약품(특허 만료된 의약품의 복제약)을 성장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핵심 쟁점인 신약최저가 보장과 지적재산권 강화를 통한 특허권 연장 중 지적재산권 강화는 미국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됐고, 이에 따른 제네릭 의약품 개발비용 증가와 출시시기 지연은 국내 제약사들의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 장악력이 커지지만, 소형 제약사들이 퇴출되면서 일부 국내 대형 제약사들에겐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허권자의 소송으로 제네릭 의약품 허가 지연, 품목허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의 특허기간 연장, 자료독점권 인정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연장해주는 효과가 있어 제네릭의 개발비용 증가와 출시시기 지연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철 이정애 기자 nowhere@hani.co.kr
섬유 의류
섬유 중국추격 따돌리고 의류·패션은 덤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섬유·의류산업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섬유산업의 경우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 상승이 예상되지만, 내수가 주를 이루는 의류·패션산업에의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2006년 한국의 섬유제품 대미 수출액은 20억달러로, 대미 수입액 2.2억달러의 9배를 웃돈다. 하지만 미국시장의 점유율 자체는 95년 4.36%에서 2005년 3.99%로 계속 줄고 있다. 대우증권 임영주 애널리스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이런 추세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중국 쏠림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 산업은 이미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의 대부분을 국외에서 제조하고 있어 자유무역협정의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한상화 애널리스트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주문자부착상표(OEM) 의류업체들도 원부자재의 국외 의존도가 높아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세철폐 효과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미디어
케이블 업계, 경쟁 심화·콘텐츠 수급 난항
국내 대형 MPP사의 판권 증가액 추이
전자
주요 품목 이미 무관세…대외 인지도 상승 전자 업종은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거래되는 주요 전자제품들은 이미 관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대부분 제품에 대해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미국과 협약이 체결돼 있어 산업에 끼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관세가 남아 있는 일부 제품도 외국에서 생산을 하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 따른 영향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디지털 텔레비전에 대해 5%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북미시장에 수출하는 엘시디(LCD) 텔레비전을 대부분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엘지전자도 마찬가지다. 멕시코는 미국과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로 묶여 무관세를 적용받는 지역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산 가전제품도 별로 없어 소비시장 영향도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협정이 발효되면 통상 마찰이 줄어들고 한국산 제품의 대외 인지도가 올라가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금융
자산운용사 수익 악화…은행권 영향 미미 국내 금융부문은 새로운 경쟁환경과 맞닦뜨리게 됐다. 협상 결과 ‘국경간 거래’ 조건이 일부 완화돼 앞으론 외국에 있는 금융기관이 국내에 점포를 두지 않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우편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영향을 받는 분야가 보험이다. 하지만 거래 가능한 서비스의 목록을 부속서에 나열하기로 했고(포지티브 방식), 허용 상품도 항공·해상보험 등 일부 손해보험에만 한정돼 당분간 시간을 벌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은 다소 악화될 전망이다. 펀드 가운데 외국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운용을 해외 금융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자산운용사들의 경제적 손실이 대략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은행 부문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조병문 한누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은행 부문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지분 비중이 평균 60%를 넘을만큼 충분히 개방이 이뤄져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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