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뼈있는 정치압박
한, 뼈아픈 양보하나
한, 뼈아픈 양보하나
[한-미 FTA 타결 이후]
전면개방 앞당겨지거나 위험평가 간소화 우려
미국 소 0.1%만 광우병 조사…안전성 확인안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뒤에도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 수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제적 기준에 따라, 합리적 절차에 따라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 쪽은 사실상 협정문 서명과 뼈 있는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를 연계하는 등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뼈 있는 쇠고기 언제 수입되나?=미국이 5월 말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광우병 통제국’ 등급 판정을 받는다고 해서 즉각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가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자체적인 8단계 수입위험평가를 통해 현행 수입위생조건(30개월 미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만 수입)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뼈 없는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 수입위험평가를 하는 데 1년 정도 걸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합리적 절차에 따라 수입재개를 하겠다”고 미국 쪽에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쪽이 6월30일까지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 서명과 연계해 강하게 압박할 경우 ‘정치적 결정’을 통해 의외로 빨리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수도 있다. 수입국의 권리인 8단계 수입위험평가를 간소화하거나, 이미 한 차례 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아예 생략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5일 브리핑에서 “8단계의 절차가 소요되는 것으로 돼 있지만, 그동안 많은 자료가 축적돼 있고, 서로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역사무국 기준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어, 5월 말 수역사무국 결정 이후 뼈 있는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는 국내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 협정은 ‘수역사무국 기준을 이유로 회원국이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적정 보호 수준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뼈 있는 쇠고기 수입재개는 미국과 에프티에이를 하기 위해 보호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가장 큰 논란거리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여부다. 수역사무국은 ‘30개월 미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는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이 기준에 따라 미국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맺었다. 하지만 영국, 일본, 유럽연합에서 30개월 미만 소가 광우병에 걸린 사례가 지난해 10월까지 100여건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뼈 있는 쇠고기 포함)만 수입하고 있다.
미국의 광우병 예방 시스템이나 사료정책도 논란거리다. 미국은 전체 소의 0.1% 정도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 또 돼지나 닭에게는 여전히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사료로 먹이고 있는데, 사료 운반 과정에서 소에게 먹이는 사료를 오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우병에서 비교적 안전한 살코기만 먹는 게 아니라 소뼈로 사골국을 끓여 먹고, 내장이나 혀까지 먹는 독특한 식습관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광우병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뼈 있는 쇠고기 수입되면 가격 떨어질까?=시중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경우 쇠고기 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지난 2월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우 사육두수 및 가격전망’ 보고서를 통해 네 가지 시나리오별로 한우 가격 변화를 추정했다. 이 가운데 올 상반기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이뤄지지 않고, 7월부터 뼈 있는 쇠고기가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성이 있다. 이 경우 한우 600㎏짜리 암소와 수소의 평균가격은 각각 507만원, 411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3%와 4.4%씩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암수 송아지 값은 각각 256만원, 184만원으로 지난해와 견줘 8.6%와 20%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쇠고기 수입물량은 약 28만톤으로 주로 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산이 수입됐던 지난해(17만9천톤)보다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등급이 낮은 한우와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산 등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관계에 있는 쇠고기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유통 과정에서 이윤을 많이 남길 수도 있어 소비자 가격이 생각만큼 안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가장 큰 논란거리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여부다. 수역사무국은 ‘30개월 미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는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이 기준에 따라 미국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맺었다. 하지만 영국, 일본, 유럽연합에서 30개월 미만 소가 광우병에 걸린 사례가 지난해 10월까지 100여건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뼈 있는 쇠고기 포함)만 수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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