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한우 농가
“뭔 얘기 들었남?”
지난 9일 해질녘, 심성구(51)씨는 충남 홍성군 광천면 담산리 자신의 축사를 찾아온 전국한우협회 민재기 홍성군 지부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심씨는 한우 120마리를 키우고 있다.
“뭐 별 얘기없슈. 소는 잘 크쥬?” 이 대답을 들은 심씨 입에선 “에휴~” 한숨이 새어나왔고, 표정은 어두워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뒤 축산농민들 사이에선 “뭔 얘기 들었느냐”와 “에휴~”가 인사말이 됐다.
“늘 불안했지만 이렇게 빨리 닥칠 줄 몰랐지요. 사료 주고 축사치우다 허리 한번 펴려면 한숨부터 나오고…, 앞이 안 보여요.” 심씨와 홍 지부장은 온통 앞날에 대한 걱정뿐인 대화를 한참동안 이어갔다.
소값 ㎏당 8700원 거래
반년새 1600원 떨어져 심씨가 축산을 시작한 것은 1984년이다. 이때 암송아지 1마리를 사 정성껏 키웠더니 다음해에 새끼를 낳았고, 그 새끼가 자라 또 새끼를 낳아 20여년 만에 120마리로 불어났다. 최고 품질의 소 인증상표인 ‘하늘소’ 지정농가도 됐다. 2000년 축산농사를 휩쓴 구제역 파동에도 그의 소들은 건강했다. 얼마 전까진 소값도 괜찮았다. 지난 가을에 그가 키운 800㎏ 짜리 거세한 소는 우시장에서 ㎏당 1만300원에 팔렸다. 4~5개월된 암송아지도 마리당 32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 후인 지난 7일 충남 서산 우시장 거래가는 ㎏당 8700원, 암송아지는 230만원을 밑돌았다. 그는 “10여년 전에는 100만원씩에 암소 4마리를 팔아 논 다섯마지기(1500평)를 샀으나 지금 이 땅을 사려면 소 30마리를 팔아도 어렵다”며 “그새 땅값이 크게 오르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소 값어치는 계속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 뭐 들었어?”
불안감에 걱정섞인 말 뿐
“직거래가 살 길” 자구책도 최근 보름새 충남 서북부 일대 우시장은 평소 하루에 350여마리의 소가 나왔으나, 지금은 500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암소보다 싸고 출하가 빠른 숫송아지만 거래될 뿐, 다른 소의 매기는 한산하다. 아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벌써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민재기 지부장은 “봄철이 송아지 입식과 인공수정이 많은 때인데 거래가 줄고 값이 떨어진 것은 에프티에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없어 잘못하면 손해 보게 생겼는데 누가 소를 사겠느냐는 것이다. 심씨는 “쇠고기를 수입해도 관세는 지킨다고 하더니 협상에서는 해마다 낮추는 걸로 결론이 났다”며 “정부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관세철폐에 축산농민들이 민감한 것은 관세가 축산발전기금 재원이고 이 기금에서 축산폐업보상이나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민 지부장은 “경쟁력을 높이면 축산농가도 살 수 있다”며 그 방안으로 △한우 유통 과정에서 고기값 거품을 빼고 △전문조합을 꾸리고 규모화해 생산원가를 줄이며 △생산·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 소비자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성 축산농가들은 개방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끝에, 쇠고기 직거래로 살 길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항벚꽃축제가 시작되는 오는 13일 문을 여는 ‘홍성한우타운’은 홍성군 구항면사무소 앞 네거리 진포크식당·정육점 등 점포 3곳으로 이뤄졌다. 마을에서 기른 한우를 식당에서 먹을 때 600g 생고기 한근에 5만원, 암소 등심은 6만원 선에 공급한다. 국거리는 1만원에 판다.
한우직거래매장을 준비한 김명수(54)씨는 “홍성한우타운을 이용하면 소비자는 값싸고 맛있는 한우고기를 먹을수 있고, 농민은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직거래가 한국 축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홍성/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심성구씨가 9일 충남 홍성군 광천면 담산리 자신의 축사에서 한우들을 돌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축산농민들의 인사가 “뭔 얘기 들었어?”로 바뀔만큼 이들은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다.
소값 ㎏당 8700원 거래
반년새 1600원 떨어져 심씨가 축산을 시작한 것은 1984년이다. 이때 암송아지 1마리를 사 정성껏 키웠더니 다음해에 새끼를 낳았고, 그 새끼가 자라 또 새끼를 낳아 20여년 만에 120마리로 불어났다. 최고 품질의 소 인증상표인 ‘하늘소’ 지정농가도 됐다. 2000년 축산농사를 휩쓴 구제역 파동에도 그의 소들은 건강했다. 얼마 전까진 소값도 괜찮았다. 지난 가을에 그가 키운 800㎏ 짜리 거세한 소는 우시장에서 ㎏당 1만300원에 팔렸다. 4~5개월된 암송아지도 마리당 32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 후인 지난 7일 충남 서산 우시장 거래가는 ㎏당 8700원, 암송아지는 230만원을 밑돌았다. 그는 “10여년 전에는 100만원씩에 암소 4마리를 팔아 논 다섯마지기(1500평)를 샀으나 지금 이 땅을 사려면 소 30마리를 팔아도 어렵다”며 “그새 땅값이 크게 오르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소 값어치는 계속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 뭐 들었어?”
불안감에 걱정섞인 말 뿐
“직거래가 살 길” 자구책도 최근 보름새 충남 서북부 일대 우시장은 평소 하루에 350여마리의 소가 나왔으나, 지금은 500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암소보다 싸고 출하가 빠른 숫송아지만 거래될 뿐, 다른 소의 매기는 한산하다. 아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벌써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민재기 지부장은 “봄철이 송아지 입식과 인공수정이 많은 때인데 거래가 줄고 값이 떨어진 것은 에프티에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없어 잘못하면 손해 보게 생겼는데 누가 소를 사겠느냐는 것이다. 심씨는 “쇠고기를 수입해도 관세는 지킨다고 하더니 협상에서는 해마다 낮추는 걸로 결론이 났다”며 “정부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관세철폐에 축산농민들이 민감한 것은 관세가 축산발전기금 재원이고 이 기금에서 축산폐업보상이나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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