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박지윤 사진으로 돌아본 ‘사생활’ 문제
“싸이월드에서는 감추고 숨는 회원 없기를” 당부도
“싸이월드에서는 감추고 숨는 회원 없기를” 당부도
“일촌평을 비공개로 해주세요”
“방명록 일괄적으로 비공개로 하게 해주세요”
“일시정지가 너무 복잡해요. 잠수기능을 추가해 주세요”
“사진 누가 퍼갔는지 좀 알고 싶어요” 회사원 정아무개(28)씨는 최근 자신의 싸이월드 홈피에서 누군가 사진을 스크랩해 간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퍼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보통 싸이월드에서 사진을 스크랩할 경우 자동 댓글을 통해 퍼간 사람의 신원을 밝히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선택’일 뿐이다. 퍼간 사람이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누가 퍼갔는지 알 방법이 없다. 정씨는 “나도 모르는 사람이 사진을 퍼갔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나쁘다”며 “싸이월드 쪽에서 너무 사생활 보호에 둔감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역시 싸이월드 가입자인 회사원 박민정(29)씨는 “누군가 개인적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방명록을 비밀글로 달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며 “주위에 싸이홈피를 통해 스토킹을 당한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지윤 아나운서의 사생활 사진이 공개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싸이월드의 사생활 보호정책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싸이월드는 미리 만들어진 홈페이지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누리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올해 2월 가입자만 2천만명이 넘어섰고, 하루 방문자만 7백만명이 이른다. 싸이월드쪽은 “20대의 경우 90% 이상이 싸이월드에 가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온 국민의 ‘미니홈피’가 되었지만,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성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문제점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터진 박지윤 아나운서의 경우뿐만 아니라, 싸이월드 홈페이지 안의 ‘제안하기’(http://helpdesk.cyworld.nate.com/suggest/list.asp?type=service)코너에는 2일 현재 3만3천여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순수한 제안성의 글도 있지만 상당수는 싸이월드로 인해 사생활 노출을 우려하는 누리꾼의 글들로 채워져 있다. 누리꾼 김혜원씨는 “사진첩에도 댓글 비밀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며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흔적을 남기는 게 찝찝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안자인 유지연씨는 “특정인에 대한 일촌 거부권을 만들어달라”며 “악의적으로 일촌 신청을 해오는 자체가 스트레스다”고 말했다. 방명록 비공개 설정·일촌평 비공개 설정·사진 스크랩 출처 명시 등 꾸준한 요구사항이 올라오고 있다.
싸이월드 “긍정적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싸이월드쪽의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다. 오히려 사생활 보호를 위한 누리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싸이월드의 사생활 정보공개 설정의 초기설정이 전부 공개로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적극적으로 손을 써야만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설정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네이트온 메신저에도 역시 초기에 싸이홈피가 기본 노출되도록 해놓았다.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를 노출시켜놓고, 싫은 사람은 스스로 바꾸라고 하는 셈이다.
실제로 한 누리꾼이 작성한 제안에 달린 답변글을 보면, 과연 싸이월드쪽이 누리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싸이월드 “모두가 사이좋은 이웃인 싸이월드에서 만큼은 나를 감추고 숨는 회원님들이 없었으면 해요”
싸이월드쪽의 답변은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는 파도타기 기능에 대해 편리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개선의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촌평을 비공개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한 누리꾼의 질문에는 “일촌평은 나의 일촌들이 나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공간으로,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내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역시 모두가 사이 좋은 이웃인 세상, 싸이월드에서 만큼은 나를 감추고 숨는 회원님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구요”라는 답변을 달아 놓았다. “나를 감추고 숨는 회원들이 없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어떻게 해석 해야 할지 의문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SK커뮤니케이션즈 홍보팀의 신희정 과장은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일부 서비스의 경우 또 그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하는 누리꾼들이 많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없애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신 과장은 “하지만 회사쪽에서도 꾸준히 캠페인을 전개해 나가고 있고, 문제를 야기시킨 회원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꾸준히 사생활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생활 정보공개 설정의 초기설정을 공개로 해놓은 데 대해 SK커뮤니케이션스 오영규 홍보실장은 “싸이월드 사용자 중에는 초등학생 등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들도 있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 공개로 해놓은 것일 뿐 웬만한 사용자라면 손쉽게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싸이월드 홈피에서 얻은 정보로 이력서 만들수 있어
싸이월드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되어 왔다. 2005년 7월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국에서는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논 바 있다. 싸이월드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100개의 홈피만을 가지고 한 개인의 이력서를 대략 작성할 정도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었던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100개의 랜덤 홈피에서 뽑아낸 정보 가운데 인맥(98%), 얼굴사진(89%), 가족(79%), 취미(77%), 학력(77%), 생년월일(75%), 혈액형(55%), 애인·배우자(54%) 등으로 신상정보와 관계정보의 노출이 매우 많았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주미진 간사는 “조사를 했을 당시에도 이미 싸이월드 쪽에서 사생활 보호를 위한 여러 장치를 만든 후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다들 놀랬다”며 “최근에도 싸이월드 홈피를 통해 스토킹을 당했다는 등의 제보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은 완전 실명제?
이런 배경에는 싸이월드가 내세우는 ‘완전 실명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얼마전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이 난 뒤 조승희의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의 홈피가 테러를 당하는 웃지못할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완전 실명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미진 간사는 “포털에서 유명인물을 검색하면 자동적으로 미니홈피가 검색되는 현 상황에서 싸이월드의 완전 실명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며 “아이디와 닉네임을 적절히 섞어 쓰게 하면 개인정보의 노출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방명록 일괄적으로 비공개로 하게 해주세요”
“일시정지가 너무 복잡해요. 잠수기능을 추가해 주세요”
“사진 누가 퍼갔는지 좀 알고 싶어요” 회사원 정아무개(28)씨는 최근 자신의 싸이월드 홈피에서 누군가 사진을 스크랩해 간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퍼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보통 싸이월드에서 사진을 스크랩할 경우 자동 댓글을 통해 퍼간 사람의 신원을 밝히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선택’일 뿐이다. 퍼간 사람이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누가 퍼갔는지 알 방법이 없다. 정씨는 “나도 모르는 사람이 사진을 퍼갔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나쁘다”며 “싸이월드 쪽에서 너무 사생활 보호에 둔감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역시 싸이월드 가입자인 회사원 박민정(29)씨는 “누군가 개인적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방명록을 비밀글로 달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며 “주위에 싸이홈피를 통해 스토킹을 당한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지윤 아나운서의 사생활 사진이 공개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싸이월드의 사생활 보호정책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싸이월드는 미리 만들어진 홈페이지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누리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올해 2월 가입자만 2천만명이 넘어섰고, 하루 방문자만 7백만명이 이른다. 싸이월드쪽은 “20대의 경우 90% 이상이 싸이월드에 가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온 국민의 ‘미니홈피’가 되었지만,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성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문제점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터진 박지윤 아나운서의 경우뿐만 아니라, 싸이월드 홈페이지 안의 ‘제안하기’(http://helpdesk.cyworld.nate.com/suggest/list.asp?type=service)코너에는 2일 현재 3만3천여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순수한 제안성의 글도 있지만 상당수는 싸이월드로 인해 사생활 노출을 우려하는 누리꾼의 글들로 채워져 있다. 누리꾼 김혜원씨는 “사진첩에도 댓글 비밀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며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흔적을 남기는 게 찝찝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안자인 유지연씨는 “특정인에 대한 일촌 거부권을 만들어달라”며 “악의적으로 일촌 신청을 해오는 자체가 스트레스다”고 말했다. 방명록 비공개 설정·일촌평 비공개 설정·사진 스크랩 출처 명시 등 꾸준한 요구사항이 올라오고 있다.
자료제공 : 함께하는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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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100개의 싸이홈피에서 모은 개인정보로 만들어낸 이력서. / 자료제공 : 함께하는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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