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경영실적 추이
국외투자자금 차입 등 영향…빚내서 빚갚기 우려
회사쪽 “라인 조정 마무리돼 2분기엔 흑자 전환”
회사쪽 “라인 조정 마무리돼 2분기엔 흑자 전환”
기아자동차가 올 1분기에 7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4분기 연속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외 생산설비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려온 기아차로서는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그러나 4월 이후에는 판매 호전에 힘입어 영업수지가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아차는 4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어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우선 매출액이 3조85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2.2%나 줄었다. 기아차는 쏘렌토 생산 라인 개·보수 공사로 2만2천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데다, 국내·외 판매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 대응해 판촉비를 많이 쓴 것을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내수 판매는 6만7128대로 8.1% 늘어났지만, 수출은 20만4012대(국외 생산분 제외)로 11.6% 줄었다.
기아차의 1분기 성적표는, 그동안 시장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순수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흐름이 나빠지고 있는 점을 들어 기아차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본다.
그동안 기아차는 현대차가 인수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25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기아차 주가는 최근 1년 새 반토막이 났다. 기아차의 실적 악화는 순환출자 고리로 묶여 있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아차 위기설’은 특히 미국, 유럽, 중국 등 국외 생산설비 투자가 한창인 가운데 영업적자가 불어나면서 불거졌다. 대규모 신규 투자에 따른 차입금은 영업수지 흑자를 통해 갚아나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기아차는 4분기 연속 적자를 냈기 때문에 다시 돈을 빌려 차입금을 상환해야 할 처지다. 이렇게 되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게 시장의 우려이다.
그러나 기아차의 재무 상태를 잘 아는 애널리스트들은 “위기설은 과장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기아차의 영업 현금흐름 감소가 걱정스럽지만, 재무적 위기가 단기간에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도 “내년을 고비로 글로벌 수익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고 투자 사이클도 마무리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봉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5천억원 가량의 현금을 꾸준히 보유하고 있는데, 유동성 문제라니 터무니없다“며 발끈해 했다. 조남홍 사장도 “국외 생산설비 투자를 집중하면서 유동성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 없다”며 “현재 투자는 중장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금흐름이 나빠지는 속도와 국외 시장에서의 판매 감소가 어느 선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기아차는 4월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넘게 늘어난 사실을 들어 2분기에 흑자 전환될 것을 자신하고 있다. 조 사장은 “1분기는 영업적자를 피할 수 없었지만, 이제 국내 공장 라인 조정이 마무리돼 가동률이 높아지고 새 차 출시와 전사적인 원가 절감 노력이 더해지면 2분기 이후 반드시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준공한 슬로바키아 공장과 국내 생산 설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하느냐가 실적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준공한 슬로바키아 공장과 국내 생산 설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하느냐가 실적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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