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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지칠대로 지친 중기 혁신동력 잃어
원·부자재-제품값 연동제 시행해야”

등록 2007-05-16 20:12수정 2007-05-16 21:04

대-중기 상생경영 확산을 위한 좌담
대-중기 상생경영 확산을 위한 좌담
대-중기 상생경영 확산을 위한 좌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이 시행된 지 1년째를 맞는다. 참여정부는 국가적 과제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정책을 추진해왔고 관련 법률을 마련하기까지 했지만, 현장 중소기업인들은 여전히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한겨레>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제19회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지난 1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대-중소기업 상생경영 확산을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대-중기간 상생협력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새 한국형 성장모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주물조합 이사장), 나도성 중소기업청 차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전경련 상생협력연구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사회(이하 사)=참여정부는 그동안 대-중기 상생이라는 화두를 꺼내 민관협력을 추진해 왔다. 전반적인 정책의 성과를 평가해보자.

나도성 중소기업청 차장
“불공정 하도급 비중 많이 줄어
정부, 중소기업 지원의지 확고”

나도성 중소기업청 차장
나도성 중소기업청 차장
나도성(이하 나)=통계를 보면, 대기업과 1차 협력사(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업체)의 상생협력은 상당히 진척됐다. 30대 그룹의 상생경영 투자는 2005년 1조401억원에서 지난해 1조4307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중기중앙회가 조사한 불공정 하도급거래 비중은 2004년 31.2%에서 2005년 24.9%로 감소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불공정거래는 그동안 하도급법을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해서 문제가 있으면 공공기관 납품 때 불이익을 주는 등 제재해왔다. 이번 법개정으로 중기청에서도 이런 제재를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의 폭을 깊게 가져가야 하는 숙제는 남아있다. 또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막기 위해 ‘에스크로 제도’(중소기업 기술을 제3의 기관에 예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중기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생이 미흡하고, 숨겨지는 부분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서병문(이하 서)=대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남기면서도 중기들한테는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계속 넣고 있다. 주물업계 사정을 예로 들어보면, 지난 3개월 동안 원자재 가격이 30% 이상 올라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년간 선철과 고철이 각각 115%와 130% 올랐지만, 제품가격은 26%만 인상됐을 뿐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수요업체인 대기업에서는 4~7% 인하요구를 고집한다.

상생론이 등장한 뒤론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때 공문도 보내지 않고 직접 경영자를 불러서 압박한다. 정부에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려는 목적이다. 현금결제 비율이 높아진 것도 겉보기와는 다르다. 공정위에서 납품대금 지연에 따른 이자지급 처분을 내리면, 당장은 하청업체에 줬다가 다음에 뺐어간다.

=상생협력을 했다는데 중소기업 대표와 정부 관계자가 각각 하는 말들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참여정부의 상생협력 정책이 과거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과 그 성격이 어떻게 다르다고 보는지.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현장 스며들기엔 아직 시간 필요
정부정책 실효성 불만족은 여전”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조정실장
김세종(이하 김)=외환위기 이후 대-중소기업간, 그리고 중견-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 간극을 좁히는 데 정부가 관심을 가졌다는 게 진일보한 측면이다. 과거 중기정책이 일방적이고 수혜적인 지원이었다면, 참여정부는 시장실패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대-중기 상생이라는 코드는 한쪽의 일방적 희생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 과거 어느 한쪽 힘의 논리가 관철됐다면, 참여정부는 균형을 맞춰보려고 했다. 총론에서는 중기인들의 만족도가 높지만, 각론에서는 다르다. 지난달 중소기업 300곳을 상대로 상생협력 정책의 실효성을 설문조사한 결과, ‘잘못한다’는 의견이 52%로, ‘잘한다’(15%)라는 응답비율을 압도했다. 정부가 여러가지 노력을 했지만, 현장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기업에게는 상생이라는 게 무의미하다. 정부에서 중기를 위해 은행에 수천억원의 대출금을 마련해놨으니 써라 해도, 실제 중기들은 담보도 없고 신용등급이 부족하다. 납품단가의 경우 대기업들이 사업부서별 실적평가를 해 임금에 반영하기 때문에, 사장·임원이 바뀌면 자기 실적을 쌓으려고 혈안인 게 문제다. 중소기업들은 지칠대로 지쳐 혁신할 힘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거듭 말하지만, 원부자재와 제품값을 연동제로 해주는 게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이다.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대기업 납품가 인하 압력 계속돼
결제지연 이자도 줬다 뺏어가”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대기업들이 직면한 상황은 미국의 지엠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수익을 내는 게 경영진의 절체절명 과제가 됐다. 삼성이고 엘지고 외국인투자자나 국내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이익을 내는 데 힘이 부칠 것이다. 대-중기 상생은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핵심부품-중간부품-범용부품이 잇다고 할 때, 핵심부품을 만드는 중기는 항상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중간부품을 만드는 업체는 생산성으로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범용제품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못이기면 살아남을 수 없다. 예컨대 환율하락은 누적충격으로 오는 마지노선이 있는데, 대-중기의 납품단가 문제와 상생협력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상생경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여전히 약하다. 중기들은 ‘삼성전자가 나를 이용해 이익을 실현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경쟁상황에서는 언제든 나보다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내 자리를 뺏긴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서로 필요한 상생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상생이 뿌리내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본다. 도요타 방식이 있다면, 삼성·엘지·에스케이·현대차의 상생방식이 있을 것이다.

=국내와 외국의 자동차업계 시스템에 대해 비교들을 많이 하는데, 지엠이나 르노에서는 전세계 생산기지 중 가격·품질 경쟁력이 가장 강력한 곳이 한국이라고 한다. 반대로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국내 생산기지의 비용 상승 등을 호소한다.

=한국을 두고 중국의 부품업체에서 납품을 받는다고 할 때, 지엠·지이 등 다국적기업들과 한국에 토양을 둔 기업 간에는 힘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중국기업들이 ‘납품선을 바꾸겠다, 가격을 올려 달라’고 나설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내 부품소재기업과 강력한 상생관계를 가져야, 중장기적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엘지전자 공장을 가보니, 핵심부품은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었다. 핵심부품은 단가가 좀 높아도 국산을 쓰고, 전선·포장재 등 범용제품은 현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글로벌 소싱이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 지 불과 5년 또는 10년이 됐다. 이제 우리만의 독특한 상생경영 모델이 생겨날 것이다.

=중기인들은 애로사항으로 늘 자금사정을 꼽는다. 요즘 중기의 금융여건은 어떤가.

=중기 금융상황은 ‘풍요속 빈곤’이다. 그런데 은행쪽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중소기업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과거 금융 거래내역, 세금, 매출 등의 입증자료를 못내놓는다. 기업 스스로 신용관리 노력을 안하는 탓에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것이다. 일종의 ‘레몬효과’가 있는 셈인데, 썩은 것과 안썩은 것을 골라낼 방법이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 관련 예산이 9조7천억원이고, 중소기업에 가는 돈이 1조4천억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은 의지가 확고하다. 참여정부 들어 혁신형 중소기업 2만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여기서 기술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 우리경제를 보면, 주물·도금·열처리·금형 등 핵심 부품소재이면서도 기술력이 약한 분야가 있다. 이런 경쟁력을 산학협력 구조를 통해 풀어낼 것이다. 우리정부도 일본의 ‘모노쯔쿠리’(물건만들기)와 비슷한 ‘온리원 기술’ 캠페인을 곧 벌일 것이다.

=대-중기 상생협력의 지속확산을 위해 개별 경제주체들에게 요구되는 과제들은 어떤 것들인가.

이종욱 전경련 상생협력연구회 회장
“‘핵심’부품 중기 제목소리 낼수 있어
우리기업들만의 상생방식 찾아야”

이종욱 전경련 상생협력연구회 회장
이종욱 전경련 상생협력연구회 회장
=대기업쪽에서 떠밀려 하는 형국이 되지 않도록, 언론에서도 상생을 잘하는 사례를 적극 소개해줬으면 한다. 또 대기업쪽에서는 중기들에게 허탈감을 주는 요소들을 해소시켜야 한다. 도요타 회장의 월급과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의 월급을 보니, 윤부회장이 3배 더 많이 받더라. 도요타 임원들은 종업원 평균월급의 3배 이상을 받지 않는 원칙이 있다고 들었다. 경영진이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것, 노-사와 대-중기가 서로 믿는다는 것, 이런 게 중요하다.

=중기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 주물쪽의 경우 기술축적이 일본보다 뒤쳐져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지원을 하면 된다. 대학이 나서고, 일본인 기술자들도 데려오고, 기업간 협업모델도 만들어주면 된다. 정부는 시장의 룰을 세우고, 구성원들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다. 요즘 ‘사회적 책임경영’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압박하기 힘들다. 그런 압박은 시민사회, 언론 등의 몫이다. 즉 소비자 운동 등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

사회 박순빈 산업팀장 sbpark@hani.co.kr,
정리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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