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교육비 등 급등에 유가도 들썩…하반기엔 더 오를듯
한은 “연초 인상 집중된 탓…2%대 중반 안정될 것”
한은 “연초 인상 집중된 탓…2%대 중반 안정될 것”
경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물가가 우리 경제의 또다른 복병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승 폭이 지나치면, 오랜만에 찾아온 경기 회복이 의미를 잃을 수 있다. 지표가 올라가도 ‘체감 경기’는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물가 크게 올라=올 들어 소비자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4월 중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나 올랐다. 1월 1.7%, 2월 2.2%, 3월 2.2%로 상승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일상 생활과 밀접한 품목들만을 따로 추린 생활물가 상승률은 2.9%나 됐다. 휘발유 값이 지난달 전국 주유소 평균으로 ℓ당 1500선을 넘어 지난해 9월(1505.7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하철과 버스 요금(교통카드 기준)은 4월1일 800원에서 900원으로 오르는 등 공공요금 인상률이 평균 3.2%나 됐다. 또 올해 신학기 사립대 납입금 인상률은 7.1%로, 2003년 3월(7.2%)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이달 초엔 소주 값과 맥주 값이 각각 5%와 2% 정도씩 인상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물가를 계속 끌어올릴 요인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물가에 앞서 움직이는 생산자물가 오름세가 빠르다는 게 걱정이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월 1.5%에서 4월엔 2.5%까지 뛰었다. 특히 한동안 안정됐던 국제 유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올 1월 배럴당 51.80달러였던 두바이유의 한달 평균 가격이 지난달 64달러선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제품 제조 원가를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4월 중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을 보면, 원재료와 중간재 물가가 3월보다 2.0% 올랐다.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준 상승률은 3.9%나 돼 8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머지않아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반기 우리 경제 복병될까?=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2.7%와 2.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내건 통화정책 목표치(3%)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 및 유가 하락에 따라 지난해 가을 이후 큰 폭으로 떨어졌던 물가가 하반기엔 꽤 오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책당국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최근 몇년간 환율이 하락한 덕분에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 충격을 흡수해왔으나, 기업 채산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어 제품 가격 인상으로 탈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월가의 연구기관인 게이브칼은 이달 초 “조금씩 꿈틀대는 물가가 아시아 나라들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며, “각국 통화당국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와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물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만큼 가파르게 오르진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은이 대표적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계절적 요인에다 공공요금 인상이 연초에 집중돼 물가 상승률이 다소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2%대 중반의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 어느 정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건 피할 수 없다”면서 “과거 물가가 너무 낮아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든 것과 달리, 돈이 생산 부문 쪽으로 흘러가면서 물가가 소폭 오르는 것은 오히려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그러나 물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만큼 가파르게 오르진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은이 대표적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계절적 요인에다 공공요금 인상이 연초에 집중돼 물가 상승률이 다소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2%대 중반의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 어느 정도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건 피할 수 없다”면서 “과거 물가가 너무 낮아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든 것과 달리, 돈이 생산 부문 쪽으로 흘러가면서 물가가 소폭 오르는 것은 오히려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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