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도요타 작업장 비교
‘FTA시대 한국 자동차산업 혁신’ 세미나
숙련노동자 적극적 참여 유도
포드주의 넘은 생산방식 유연화
현대차는 자동차 저임금 의존
인센티브 제공 등 변화 필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서려면 사람 중심의 참여형 작업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산하의 뉴패러다임센터와 한국노사관계학회 공동 주최로 22일 서울 서소문동 명지빌딩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의 한국 자동차산업 작업장 혁신’ 세미나에는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한 도요타를 본보기 삼아 한국 자동차 기업의 작업장 혁신 방안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현대자동차를 ‘노동배제적 생산중심형 자동화’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했다. 좋은 기계와 설비로 제품·제조기술을 중시하는 바람에 사람 중심의 제품·제조기술을 경시하는 경향이 만연돼 있다는 얘기다. 주 위원은 “현대차는 대립적 노사관계로 말미암아 작업자의 자발적인 제조공정과 품질관리보다 생산설비의 자동화에 의존해왔다”며 “그 결과 자발적 생산참여 의식이 떨어지고 고비용 설비투자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기본구조와 큰 차이가 있다. 도요타는 인센티브에 의한 참가형 작업조직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경험 많은 숙달된 다기능 노동자가 작업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문제발생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임금체계와 작업 부담을 균등화한 자율적 직무순환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되는 임금체계는 단위 시간당 저임금을 유지시켜 장시간 노동과 철야, 특근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작업자의 배치전환을 가로막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주 위원은 “기업과 노조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단순 반복적 포드주의 노동과, 상대적 고임금을 교환하는 낡은 포드주의 노사타협을 넘어서는 유연한 작업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는 “생산의 효율성과 노동의 인간화를 동시에 추구해온 도요타의 사례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지엠(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도요타 생산방식을 일부 도입했으나 아직 도요타 생산방식의 기본구조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창안한 ‘린 생산방식’은 포드주의에서 탈피한 적기생산방식(Just In Time)으로, 종업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는 작업조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지엠대우에서 린 생산방식의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생산과 작업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센티브 기제로서의 장기고용, 승진제도, 인사고과가 미흡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도 생산방식의 유연화가 앞으로 자동차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 소장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위기를 맞은 것은 일본 업체에 비해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라며 “과거처럼 규모의 경제에 의존한 전략도 중요하지만 시장 변동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가 사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작업장 혁신 사례를 소개한 일본 나가노대학의 노하라 히카리 교수는 “도요타 시스템은 숙련노동자들이 실행노동과 함께 ‘구상노동(생각하는 노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나아가 신도요타 시스템은 완결공정과 반자동화, 인간공학적 개선을 바탕으로 노동과정에 대한 작업자의 적극적인 관여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포드주의 넘은 생산방식 유연화
현대차는 자동차 저임금 의존
인센티브 제공 등 변화 필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서려면 사람 중심의 참여형 작업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산하의 뉴패러다임센터와 한국노사관계학회 공동 주최로 22일 서울 서소문동 명지빌딩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의 한국 자동차산업 작업장 혁신’ 세미나에는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한 도요타를 본보기 삼아 한국 자동차 기업의 작업장 혁신 방안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현대자동차를 ‘노동배제적 생산중심형 자동화’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했다. 좋은 기계와 설비로 제품·제조기술을 중시하는 바람에 사람 중심의 제품·제조기술을 경시하는 경향이 만연돼 있다는 얘기다. 주 위원은 “현대차는 대립적 노사관계로 말미암아 작업자의 자발적인 제조공정과 품질관리보다 생산설비의 자동화에 의존해왔다”며 “그 결과 자발적 생산참여 의식이 떨어지고 고비용 설비투자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기본구조와 큰 차이가 있다. 도요타는 인센티브에 의한 참가형 작업조직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경험 많은 숙달된 다기능 노동자가 작업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문제발생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임금체계와 작업 부담을 균등화한 자율적 직무순환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되는 임금체계는 단위 시간당 저임금을 유지시켜 장시간 노동과 철야, 특근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작업자의 배치전환을 가로막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주 위원은 “기업과 노조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단순 반복적 포드주의 노동과, 상대적 고임금을 교환하는 낡은 포드주의 노사타협을 넘어서는 유연한 작업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는 “생산의 효율성과 노동의 인간화를 동시에 추구해온 도요타의 사례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지엠(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도요타 생산방식을 일부 도입했으나 아직 도요타 생산방식의 기본구조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창안한 ‘린 생산방식’은 포드주의에서 탈피한 적기생산방식(Just In Time)으로, 종업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는 작업조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지엠대우에서 린 생산방식의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생산과 작업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센티브 기제로서의 장기고용, 승진제도, 인사고과가 미흡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도 생산방식의 유연화가 앞으로 자동차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 소장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위기를 맞은 것은 일본 업체에 비해 유연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라며 “과거처럼 규모의 경제에 의존한 전략도 중요하지만 시장 변동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가 사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작업장 혁신 사례를 소개한 일본 나가노대학의 노하라 히카리 교수는 “도요타 시스템은 숙련노동자들이 실행노동과 함께 ‘구상노동(생각하는 노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나아가 신도요타 시스템은 완결공정과 반자동화, 인간공학적 개선을 바탕으로 노동과정에 대한 작업자의 적극적인 관여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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