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자료사진
항소심서 600억 기부증서 제출…환원약속 글로비스 주식 언급 없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구속되기 직전에 약속한 ‘1조원 사회공헌 기금’의 실행 계획을 일부 내놨다.
정 회장은 22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홍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앞으로 7년에 걸쳐 기금을 출연하되, 우선 그 첫 단계로 1년 안에 12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실행 의지를 보여준다는 뜻에서 정 회장 개인 이름으로 된 600억원의 예금통장 사본과 기부 증서를 재판부에 참고 자료로 냈다. 하지만 앞으로 기금 조성 방안이나, 애초 기금 재원으로 제시했던 글로비스 주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4월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함께 “사재 1조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계열사인 글로비스 보유 지분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이 1단계로 내놓는 사회공헌 기금의 첫 사업은, 저소득층이 무료로 다닐 수 있는 공연시설 및 지역별 복합문화센터 건립이다. 전국 12개 광역 시·도 등에 도서관과 체육시설, 문화시설이 있는 ‘차세대 복합문화센터’를 만들어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에 오페라하우스 및 콘서트홀 등의 공연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정 회장은 나머지 기금 용도 및 운영 방안과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 중에 학계·문화계·경제계·법조계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로 가칭 ‘사회공헌 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날 변호인 신문에서 “지난해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한 뒤 여러 분들로부터 조언도 들으며 구체적 방안을 준비해왔다”며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런 구체적 내용을 밝히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계획의 개요라도 밝히는 게 재판부와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경영기획실 간부는 “(정 회장이) 구체적인 사회공헌 기금 출연 방안을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계속 물어왔고 여론의 관심도 높아 일부라도 앞당겨 발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주식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애초 대국민 약속의 방점은 ‘사재 1조원’에 있지 않으냐. 어떤 형태로든 정 회장 개인의 결단으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홍대선 김지은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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