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위험 3등급
한국, 반대 않고 OK…쇠고기 빗장 열어
미 벌써부터 전방위 개방 압력…‘뼈있는 쇠고기’ 추석전 밀려올 듯
미 벌써부터 전방위 개방 압력…‘뼈있는 쇠고기’ 추석전 밀려올 듯
정부가 국제수역사무국(OIE) 회의에서 미국의 광우병 등급 판정에 ‘반대’하지 않는 무기력한 태도를 보여, 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압력을 막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는 한국 정부 대표단이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수역사무국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6개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결정하는 데 찬성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국제수역사무국 규정상 미국이 해당 등급 기준을 만족시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다만 사료 교차 오염 등과 관련해 강화된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 대표단이 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벌이고 표결에서 반대할 수 있었는데도 지난달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의식해 찬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의 박상표 편집국장은 “처음부터 등급 판정 기준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반대 토론을 할 수 있었는데도 정부가 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한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 대표단이 미국의 광우병 검역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의견서를 국제수역사무국에 제출하고 일본 등 대표단과 공조 의견까지 나눠 반대 토론을 벌일 것으로 알았는데, 회의에서는 원안에 동의해 버렸다. 이곳에 온 농민단체들은 ‘배신을 당했다’며 격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 탓에 미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은 곧바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마이크 조핸스 미국 농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게 거래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교역국들이 수입 위생 조건에 대해 신속히 조처하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의회 통과를 연계하고 있는 무역대표부의 스티브 노턴 대변인도 “노무현 대통령이 4월 국제수역사무국의 가이드라인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며 “한국이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에 필요한 조처를 신속히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축산국장은 “수역사무국 결정에 따라 미국이 요청해 오면 위험 분석 절차를 거쳐 개정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까지 허용하는 수입 위생 조건 개정을 요청해 오면, 정부는 수입국의 권리로 보장되는 8단계의 ‘수입 위험 분석’ 절차를 밟아, 수입 위생 조건 개정에 나서게 된다. 미국이 6월 초 요청을 하면, 늦어도 추석 전인 9월 중순께는 미국산 갈비의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입업체들도 미국산 갈비 수입 준비에 나서고 있다. 육류 수입업체인 네르프사의 이종경 사장은 “곡물로 키워 맛이 덜한 오스트레일리아산 갈비와 달리 사료로 키운 미국산은 한우 갈비와 맛이 비슷해 인기가 좋다”며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수입이 결정되면 바로 들여올 수 있도록 실무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 값은 더 떨어지게 됐다. 김성호 농협 축산유통기획팀 차장은 “미국산 갈비가 광우병으로 수입 금지되기 전 수입량의 67%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점유율과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며 “수입이 재개되면 살코기 시장까지 대체할 수 있어 한우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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