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위임원 “이학수 부회장, 2000년 말 에버랜드CB 개입 시인 발언”
29일 항소심 선고공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29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그룹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옛 구조조정본부장)이 이 사건에 대해 “형사적으로 문제될 줄 알았다면, 일 처리를 그렇게 허술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그룹 차원의 개입을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전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24일 “검찰 기소(2003년 말) 이전인 2000년 말께 열린 구조본 내부회의에서 이 부회장이 이런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의 발언은 참여연대가 1999년 11월 삼성에스디에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을 고소한 데 이어 2000년 6월 법학 교수들이 에버랜드 경영진들을 배임죄로 고소하면서 문제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전환사채 헐값 발행이 위법이라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로 말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구조본이 사건을 주도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이 1996년 1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에 이어 99년 2월 에스디에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까지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에게 헐값에 넘긴 것과 관련해 “내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상속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니, 일단 저지른 뒤 막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재용씨와 관련한 헐값 발행 사건은 모두 구조본이 주도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쪽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그룹 비서실(이후 구조본으로 개편)은 일체 개입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관련 실무자들이 이를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2005월 10월 1심에서 허태학, 박노빈 두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에게 전환사채를 적정 가격의 10분의 1도 안되는 헐값에 재용씨 오누이에게 넘김으로써 회사에 1천억원 가까운 손실을 끼친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