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리 운동 수녀들도 나섰다’
오늘 삼성화재 주총서 ‘사회책임 보고서’ 발간 요구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취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부와 수녀들이 기업의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해 ‘주주행동’에 나선다. 31일 열리는 삼성화재의 주주총회장이 이들의 ‘데뷔’ 무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인 박정수 신부는 30일 “수녀님들과 함께 주주 자격으로 삼성화재 주총에 참석해 사회책임(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을 제안할 것”이라며 “사회책임 보고서는 ‘자본 투자나 기업 경영 모두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잣대”라고 말했다. 이 주주행동에는 살레시오, 대구포교성베네딕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등 여덟 곳의 수도회 소속 수녀들과 박 신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성공회 등 종교계 인사들이 사회책임투자 운동을 전개하고자 범종교 시민단체인 ‘기업책임 시민센터’(이사장 함세웅 신부)를 만들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높이기 위해 종교계까지 매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삼성화재 주총에 참여해 주주운동을 벌이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단체의 이사를 맡고 있는 박 신부는 “기업이 환경, 노동, 인권 문제에 책임을 지도록 종교인들이 압력을 가하는 일종의 주주권리 운동은 외국에서는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주원 기업책임 시민센터 사무차장은 “삼성화재가 금융업이라는 산업 특성과 연관 지어 보고서 발간을 미뤄왔는데, 이미 국내 은행 및 화재보험사도 보고서 발간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며 “구체적인 발간 계획과 준비 과정을 밝힐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말 수녀들이 주축이 된 ‘천주교 대안경제연대’를 모태로 한 기업책임 시민센터는 경제정의 차원에서 자본주의 병폐를 치유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게 목적이다. 지난 2004년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사회책임 보고서 발간을 요구해 왔으며, 지난해부터 업종을 대표하는 35개 기업에 대해 보고서 발간을 요구하는 주주운동을 펼치고 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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