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관계 변화 가능성 / 현대자동차 노사 전문위원회
주간 연속2교대제·월급제 전환 등이 핵심 관건
현대차 노사전문위 출범 다섯달째
현대자동차에 ‘노사 전문위원회’가 들어선 지 다섯달째로 접어들었다. 노사에서 각각 5명씩 추천한 10명의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출범 당시 ‘대립적인 노사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둣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연 현대차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월 출범한 현대차 노사 전문위는 최근 노사와 각각 간담회를 열어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사관계 개선안의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노사 전문위를 이끌고 있는 박태주 대표(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노사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까지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양쪽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경직된 노사관계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얘기다. 장규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공보부장은 “논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이라면서도 “노조 역시 새로운 안을 도출하려 고민하고 있고 또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섣부른 노사화합이니 노사 협조주의로 비춰질까 걱정하고 있다. 현장 노조에서 여러 정파들이 서로 견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황을 더 꼬이게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위원회가 마련한 초안은 노사가 단숨에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노사간 핵심 쟁점이 되어온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전환은 노동자들에게는 임금 손실을, 회사 쪽에는 생산물량 감소를 동시에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문위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근무형태를 현행 주·야 10시간씩 2교대제에서 주간 연속 8시간씩 2교대제로 전환하고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임금체계를 변경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소하면서 노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다.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구조개편의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지 모른다. 시장의 변화에 노사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 전문위는 유연한 생산방식과 고용불안 해소 등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의 해결책을 내세워 경영진과 노동조합에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현대차 노사가 넘어야 할 산은 한두개가 아니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와 금속노조의 올해 첫 산별교섭 등에 따른 파업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노조에선 한-미 에프티에이 이슈가 현장 조합원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고민이다. ‘또 정치파업을 하느냐’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도 부담이다. 사용자단체에선 금속노조의 산별체제 전환 이후 다중 교섭구조로 말미암아 현대차 노사 문제의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기업별 노조에 뿌리를 둔 산별노조의 한계로 현대차 노사 문제도 해결책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별교섭이 기업 중심의 소모적 노사관계를 개선시키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계기일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지뢰밭을 건너던 현대차가 산별 전환과 노사 전문위를 계기로 교착 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실마리는 잡았다”며 “이제 노사간 큰 결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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